주일미군 재편안
‘후텐마 기지 이전’ 주일미군 재편 확정
사령부 연계·공동훈련 강화…중·북 자극할듯
사령부 연계·공동훈련 강화…중·북 자극할듯
주일미군의 재편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이 26일 마지막 걸림돌인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서 전격 양보함으로써 기지 재배치를 둘러싼 두 나라 정부의 이견은 해소됐다.
앞으로 주일미군의 활동범위를 둘러싼 논란, 급속히 진행되는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에 대한 우려 등이 본격 제기될 전망이다.
재편안 주요 내용?=이번 재편의 핵심은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 강화다. 양쪽 부대의 통합적 운용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가 직접적 목적이다. 이를 위해 육·해·공 사령부 기능의 집약이 적극 추진된다. 양쪽의 기지 공동이용과 공동훈련도 크게 늘어난다.
먼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가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로 이전한다. 군단과 사단의 중간규모인 미래형 사단으로 재편되는 1군단의 거점사령부(UEX)가 된다. 이 사령부는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 때 주일 미 육·해·공군의 통합사령부 기능을 맡아 직접 지휘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일본 자위대는 테러대응을 위한 중추부대인 중앙즉응집단의 사령부를 자마에 배치한다.
미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에 항공자위대의 항공총대사령부를 이전한다. 항공총대사령부는 항공자위대의 전투부대를 지휘하는 사령부다. 요코다 기지는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사령탑 구실을 하게 된다. 양쪽의 공동작전센터 설치도 추진된다. 괌의 미 제13공군사령부도 요코다로 이전해 통합함으로써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공군력의 거점으로 삼으려던 구상은 백지화됐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제3원정군사령부는 괌으로 이전한다. 오키나와 남부에 있는 미군 시설 4곳을 중북부 기지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 1만6천명 정도인 미 해병대 병력 가운데 4천~5천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가나가와현 아쓰기 기지에 있는 항공모함 함재기부대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기지로 이전한다. 항모 키티호크의 FA18 전투공격기 약 70대가 이와쿠니 해상에 건설 중인 새 활주로가 완료되는 2008년 이후 옮겨간다. 이밖에 △후텐마 비행장의 나고시 대체기지 이전 △후텐마비행장 공중급유기의 가고시마현 가노야 해상자위대기지 이전 등이 포함돼 있다.
강화되는 미-일 군사동맹?=이번 재편은 미-일 동맹의 군사적 측면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군의 세계전략에 더욱 깊숙이 가담하는 성격을 띤다. 일본 쪽은 미-일 안보조약에서 주일미군의 활동범위를 극동으로 제한한 ‘극동조항’을 들어 자마로 이전되는 거점사령부의 규모와 기능을 줄이려 애써왔다. 그렇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어 주일미군은 물론 자위대의 행동반경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가 가속화함으로써 미군을 위한 자위대의 후방지원도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은 자위대의 무기·탄약 수송과 상시적 해외파견을 위한 항구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어 무력행사로 이어질 우려가 큰 자위대의 해외활동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선 일본의 야당·시민단체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번 재편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계 강화 등을 거론한 지난해 말 일본의 새 방위계획대강과 지난 2월 미-일 공동전략목표 채택에 따른 것이다. 엠디 체제 구축은 물론 미군의 고성능 레이더 일본 배치 검토, 오키나와의 미군 공중급유기 12대 가고시마 이전 등은 명백히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조처다. 이는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몰고 와 중국과 북한의 경계감을 더욱 높이고 긴장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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