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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왕 양위는 아베의 개헌 시도에 어떤 영향 줄까?

등록 2016-08-09 16:51

일왕 ‘상징’ 강조 헌법 수호 의지 해석도
“결국 헌법 문제…개헌 속도 안 날 수 있어”
우파는 오히려 “헌법 개정으로 연결하자” 주장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아키히토 일왕의 영상 메시지가 방송되는 대형 전광판을 보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영상 메시지에서 생전 퇴위 의사를 에둘러 표명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아키히토 일왕의 영상 메시지가 방송되는 대형 전광판을 보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영상 메시지에서 생전 퇴위 의사를 에둘러 표명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 표명이 아베 신조 정권의 개헌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생전 퇴위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일왕은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아베 정권이 지난달 참의원 선거 승리로 개헌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메시지여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아키히토 일왕은 약 11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상징’이라는 단어를 8차례 사용했다. 궁내청이 누리집에 올린 메시지 전문의 제목도 ‘상징으로서 책무에 대한 천황의 말’이다. 상징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는 아키히토 일왕의 평화헌법에 대한 애착 때문으로 보인다. 일왕의 상징으로서 지위는 2차대전 패전 이전 일본 헌법과 현행 헌법이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다.

일본을 전쟁의 참화로 이끈 ‘대일본제국헌법’(1889년)의 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고 시작한다. 이를 근거로 천황주권론을 주장한 이들이 있었다. 또한 옛 일본 헌법은 11조에서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1930년 일본 정부가 런던 군축회의에서 해군이 보유할 수 있는 함선 수를 제한하는 조약을 맺자, 일본 우익들은 헌법에 보장된 일왕의 통수권을 “정부가 침범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군부와 우익은 정부가 군의 움직임에 개입하려고 하면, 이런 시도는 ‘통수권 간범’(일왕의 군통수권을 침해한 자)에 해당하는 논리로 막아섰다. 이후 일본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의 참화에 빨려들어갔다.

전후인 1946년 제정된 현행 ‘일본국헌법’은 이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1조를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일왕은 일본의 상징적인 역할에 머무르게 했다. 일왕이 이번 영상 메시지에서 상징이라는 단어를 여러차례 사용한 것이 아베 정권의 개헌론에 대한 견제가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개헌 논의의 기초로 삼겠다는 2014년 자민당 헌법 개정 초안에는 일왕을 “일본국의 원수(元首)이며 일본국과 일본국민의 통합의 상징”이라고 바꿔 놓았는데, ‘원수’가 무슨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왕의 영상 메시지의 핵심인 생전 퇴위 문제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률 개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결국 일왕의 지위 문제와 연결돼 헌법 개정 문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생전 퇴위 문제와 관련해 헌법이 제1장에서 정한 상징천황제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다. 어찌됐든 헌법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양위 논의 때문에 아베 총리가 바라는 임기 내 개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참의원 선거 승리 뒤 의회 헌법심사회에서 구체적 개헌 논의를 하려하는데, 일왕의 퇴위 의사 표명을 계기로 헌법심사회에 일왕제에 대한 논의가 상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무거운 주제인 일왕제 논의로 인해 헌법 개정 논의 자체가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개헌 찬성 세력들도 일왕 양위 문제를 헌법 개정으로 연결하자고 주장한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천황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헌법 개정도 유력한 선택지다”고 보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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