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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전쟁포기 헌법 조항 “일본이 먼저 제안했다”

등록 2016-08-12 14:44수정 2016-08-12 14:44

도쿄신문 “맥아더 편지 자료 새로 발견”
미국이 강요한 것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될 듯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각의 결정을 강행 처리할 때 시민들이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고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각의 결정을 강행 처리할 때 시민들이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고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국헌법’(1946년 제정)의 핵심은 전쟁 포기를 선언한 9조에 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포함한 우파 세력은 9조는 일본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승국인 미국이 강요한 것이므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도쿄신문>은 헌법 9조가 시데하라 기주로 전 총리가 미 군정 사령관이었던 더글라스 맥아더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사료가 새로 발견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새 사료는 9조를 미국이 강요한 것이었다는 우파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서 가치가 있으며, 올 가을부터 본격화할 일본 개헌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신문>은 호리오 데루히사 도쿄대 명예교수가 맥아더 전 연합국총사령부(GHQ) 사령관이 다카야나기 겐조 전 헌법조사회 회장에게 보낸 편지를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찾아냈다고 전했다. 이 편지에는 “전쟁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제안을 시데하라 기주로 전 총리가 했다”고 명확히 적혀있다.

이야기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며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했던 기시 노부스케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전쟁 뒤 에이(A)급 전범으로 체포됐다가 미국의 레드 퍼지(공산주의자 추방) 덕에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기시 전 총리는 평화헌법을 고쳐서 일본이 재군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인물이었다. 그는 1957년 헌법심사회를 만들어 헌법 제정 과정을 조사했다. 당시 헌법심사회 회장이었던 다카야나기는 이를 위해 1958년 미국으로 건너가 맥아더에게 9조 삽입 과정에 대해 묻는 편지를 보냈다.

“(헌법 제정 당시 총리였던) 기데하라가 신헙법 초안에 전쟁 및 무력 보유를 금지하는 조안을 넣자고 제안했습니까? 아니면 귀하(맥아더)가 헌법에 넣자고 권고했습니까?”라고 문의했다. 맥아더는 다카야나기에게 답장을 보내 “전쟁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제안은 기데하라 총리가 했습니다. 제안에 놀라기는 했지만, 저도 마음으로부터 찬성한다고 말했고, 기데하라 총리는 확실히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습니다. 저도 감동했습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9조를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는 그동안 논란이 있었다. 이는 일본 헌법이 미 군정 당시 미국과의 교섭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복잡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 미 군정은 태평양전쟁의 참화를 몰고온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패전 뒤 일본이 처음 들고 온 헌법 초안은 군대를 인정하는 등 미 군정 당국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미 군정은 이에 일본 헌법 제정 방향으로 맥아더 당시 연합국총사령관이 구상한 3원칙을 제시했다. 이 중에는 “국가의 주권으로서 전쟁은 폐지한다. 일본은 분쟁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자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도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전쟁 포기를 선언한 9조 자체를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는 분명하지 않아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9조는) 극히 단기간에 연합국총사령부에 의해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하며 개헌을 주장했다.

이번 사료를 발견한 호리오 도쿄대 명예교수는 “맥아더 편지로 기데하라 전 총리가 9조를 발의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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