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잘해봅시다” 31일 단행된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당직 및 내각 개편에서 유임된 다케베 쓰토무 간사장(왼쪽 두 번째)과 규마 후미오 총무회장(맨왼쪽), 새로 임명된 나카가와 히데나오(오른쪽 두 번째) 정조회장 등 당3역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운데)와 손을 맞잡고 있다. 도쿄/AP 연합
극우 ‘총리후보’ 전원 입각
‘신사참배 반대’ 후쿠다 전 관방은 탈락
“고이즈미식 외교 차기에도 관철하려는 뜻”
“대북·대외 정책 강경성향 더욱 강화될 것” 3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단행한 3차 개각의 특징은 아시아 외교 강경기조 강화와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의 내각 전진배치, 국내개혁 지속으로 요약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에도 주변 인사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깜짝 인사’는 훨씬 줄었다는 평가다. 극우 ‘투톱’ 체제=아소 다로 외상과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자민당 안에서 대표적인 강경 우파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야스쿠니 참배와 왜곡 역사교과서 등 역사인식 문제에서 이들의 극우 성향이 두드러진다. 애초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아 중시를 강조해온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을 외상에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더욱 얼어붙은 한·중과의 관계 회복을 꾀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극우 인사들이 외교정책의 ‘투톱’을 차지함으로써 이런 기대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때 취소할 뜻을 비쳤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일을 추진하는 등 한-일 대화통로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개각 내용에 비춰 일본 정부가 그에 걸맞은 ‘성의’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때문에 12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취소와 한-일 정상 셔틀외교 중단에 따른 급속한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대북 경제제재를 앞장서 주장해온 아베 관방장관의 등장은 북-일 관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의 대북 수교 의지는 확고하지만, 납치 피해자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아베 장관이 제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의 명암=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돼온 4명 가운데 3명이 주요 각료직에 배치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강력한 후보인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탈락’이다.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해온 고이즈미 총리와의 외교노선을 둘러싼 대립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그의 탈락으로 아베 장관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방장관은 각 부처를 조정하는 정부의 중추이자 대변인 구실을 하는 정부의 얼굴이다. 내각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가장 가까운 자리다. 그렇지만 후쿠다 전 장관이 당내 ‘반고이즈미’ 세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차기 총리 경쟁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정민영화 등 국내개혁을 추진해온 각료들은 모두 재기용됐다. 고이즈미 개혁의 ‘전도사’인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은 총무상에 임명돼 고이즈미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입증했다.
자민당의 우정민영화 반대파 낙선을 위해 동원된 여성 자객인 ‘고이즈미 시스터스’ 가운데 이노구치 구니코 의원이 입각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 특유의 깜짝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전문인 외교·국제와는 동떨어진 부처에 배정됐다. 여성 자객 1호였던 고이케 유리코 환경상은 유임됐다. 여성 각료는 고이즈미 1차 내각 때 5명에서 해마다 한 명씩 줄어 현재는 2명만 남았다.
자민당 당직 개편에선 다케베 쓰토무(64) 간사장과 규마 후미오(64) 총무회장이 유임됐다. 정조회장에는 나카가와 히데나오(61) 국회대책위원장이 임명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고이즈미식 외교 차기에도 관철하려는 뜻”
“대북·대외 정책 강경성향 더욱 강화될 것” 3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단행한 3차 개각의 특징은 아시아 외교 강경기조 강화와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의 내각 전진배치, 국내개혁 지속으로 요약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에도 주변 인사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깜짝 인사’는 훨씬 줄었다는 평가다. 극우 ‘투톱’ 체제=아소 다로 외상과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자민당 안에서 대표적인 강경 우파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야스쿠니 참배와 왜곡 역사교과서 등 역사인식 문제에서 이들의 극우 성향이 두드러진다. 애초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아 중시를 강조해온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을 외상에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더욱 얼어붙은 한·중과의 관계 회복을 꾀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극우 인사들이 외교정책의 ‘투톱’을 차지함으로써 이런 기대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때 취소할 뜻을 비쳤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일을 추진하는 등 한-일 대화통로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개각 내용에 비춰 일본 정부가 그에 걸맞은 ‘성의’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때문에 12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취소와 한-일 정상 셔틀외교 중단에 따른 급속한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대북 경제제재를 앞장서 주장해온 아베 관방장관의 등장은 북-일 관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의 대북 수교 의지는 확고하지만, 납치 피해자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아베 장관이 제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제3차 고이즈미 내각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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