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푸틴 오늘 정상회담
12월푸틴방일 ‘잦은 접촉’
일 4개섬 반환 기대감 있지만
러, 전부 양도에 난색…‘난항’ 예상
러일전쟁 후 일본이 지배
2차대전 뒤 옛소련 영토 선언
12월푸틴방일 ‘잦은 접촉’
일 4개섬 반환 기대감 있지만
러, 전부 양도에 난색…‘난항’ 예상
러일전쟁 후 일본이 지배
2차대전 뒤 옛소련 영토 선언
러시아와 일본이 2차대전 뒤 70여년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러시아의 실효지배 아래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을 돌려받는 대신, 이미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 1만7000명의 기득권과 거주권을 인정하는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일본은 2일 정상회담 때 이 제안을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협의를 토대로 오는 12월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방일 때 영토 분쟁 문제 해결을 꾀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영토 분쟁 4개 섬 문제에 대해 “새로운 발상에 기반한 접근으로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돌려받기 위해선 현지에서 수산업에 주로 종사하는 러시아인에 대한 대우를 일정 정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정부 안에선 섬들을 돌려받더라도 고도의 자치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단, 일본 정부는 2차 대전 이전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복귀를 희망할 경우 이들에 대한 섬 거주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은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투루프(에토로후), 시코탄(시코탄), 하보마이(하보마이 군도)로, 원주민은 사할린, 홋카이도와 마찬가지로 아이누족이었다. 근대 이후 러시아의 남하와 일본의 세력 확장이 맞물리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사할린 남부까지 차지하면서, 일본의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지배는 공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 승전한 옛 소련이 이들 4개 섬을 소련 영토로 선언하고 지배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일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연합국과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형태로 1951년 평화조약을 체결했지만, 옛 소련과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때문에 평화조약을 아직 맺지 않았다. 일본과 소련은 1956년 소-일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했지만, 평화조약은 미뤘다. 당시 소련은 ‘평화조약 체결 뒤 (가장 작은)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의 일본 양도’ 방침을 세웠으나, 일본은 ‘4개 섬 모두 반환’을 요구했다. 일본이 4개 섬 전부 반환을 고집한 이유는 일본과 소련의 접근을 우려한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영토 문제를 해결해 전후 70여년간 맺지 못한 러-일 평화조약 체결까지 이루고 싶어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러-일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강한 마음을 담은 가슴으로 논의에 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4개 섬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 경제분야협력담당상’을 신설하고,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이 직무를 겸직하게 했다.
하지만 일본이 1956년 소련이 동의했던 2개 섬 양도가 아니라 4개 섬 전부 양도를 주장한다면,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일본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미국과 서유럽의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입은 경제적 타격을 일정 부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은 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에 위치해 러시아에도 군사전략상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러·일이 4개 섬을 동일한 면적으로 2등분하는 방식을 언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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