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잘맞는 트럼프-푸틴 “양국 관계 정상화하자”

전화통화서 건설적 협력 추구·직접 만남 합의
양국관계 트럼프 취임 뒤에도 우호적일지 관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자고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고, 푸틴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텔레그램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 크레믈은 14일 푸틴과 트럼프가 전화 통화에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불만족스러운 상태”라며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가능한 광범위한 이슈에서 건설적 협력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상호 내정불간섭,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평등에 기초해 협력적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과 트럼프는 시리아 내전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으며, “양국이 제1의 공동의 적인 국제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한 투쟁을 같이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크레믈은 밝혔다. 크레믈은 푸틴과 트럼프가 앞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으며 직접 만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푸틴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넨 정상 중 한명일 정도로 러시아는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고 있다.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 날 러시아 하원의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미국 안보당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해 이메일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반기는 이유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속해야만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과 함께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하고 있을 만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서 반대했다.

트럼프는 오마바 행정부와 유럽연합이 시리아 내전에서 친서방 반군을 지원하고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정부에 비판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동맹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이슬람국가(IS)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유럽 국가들이 안보 비용 분담을 늘리지 않으면 유럽에서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나토를 경계하는 러시아에는 무척 반가운 이야기다. 러시아 방송에서는 “러시아는 트럼프에 많은 신뢰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러시아는 미국이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 뒤에도 선거 운동 기간처럼 러시아에 계속 우호적일 수 있을지 속단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정통적으로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보고 있으며, 트럼프도 취임 뒤에는 자국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