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 회원과 청소년들이 일본 정부를 향해 ‘다케시마의 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 외교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이전 논의 필요성을 담은 공문을 부산시에 보낸 것과 관련해, 실제로 철거를 향한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확인한 뒤 주한 일본대사를 귀임시킬지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이 26일 전했다. 한국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지난달 9일 일시 귀국시킨 나가미네 야스마사 대사의 귀임 조처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부산시 동구에 소녀상 이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4일 이에 대해 “플러스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원하는 것은 일-한 합의의 이행이고, 그 수준까진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서도 소녀상 건립을 막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캘리포니아주 ‘평화의 소녀상’ 철거 소송과 관련해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25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글로벌 연합’이라는 일본계 단체가 제기한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소녀상 철거 소송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에 “청구가 인정돼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22일 냈다. 일본 정부는 의견서에서 “비문에 ‘20만명의 여성이 강제로 연행돼 성노예가 될 것을 강요받았다’고 적힌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주와 지자체에 외교 분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 미국과 일본의 동맹에 해를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또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들어설 예정인 소녀상 건립을 막기 위해서도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를 인용해, 시노즈카 다카시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가 애틀랜타의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소녀상 건립 저지 로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본은 소녀상이 세워지면 일본 기업이 애틀랜타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협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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