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주오구에 있는 슈퍼마켓에 진열된 조리식품들. 조리식품 소비 증가는 일본 엥겔지수 상승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인들의 엥겔지수가 2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가계 소비 중 식료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엥겔지수가 도리어 높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사히신문>은 30일 일본 총무성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 가계(2인 가족 이상 대상)의 엥겔지수는 25.8%로 2015년에 견줘 0.8% 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1988년 이후 최고치다. 일본 엥겔지수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하락 경향을 보이다가 2005년부터 상승으로 역전됐으며 최근에는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엥겔지수가 높아진 원인 중 하나는 일본의 인구 고령화와 맞벌이 세대 증가로 인해 조리 식품을 사먹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도쿄 에도가와구에 사는 74살 여성은 남편을 간호하느라 반찬류를 사먹는 경우가 많다고 <아사히 신문>에 말했다. 이 여성은 저축해 둔 돈을 허물어가면서 생활해나갈 정도로 여유가 많지 않지만 “남편의 간호로 힘이 들때는 반찬을 사먹는다”고 했다. 가계의 식품 소비 중 조리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약 3.4%로 30년 전의 1.8%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엥겔지수 상승의 다른 원인은 식품 가격 상승과 지출의 감소다.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상태이지만 엔 약세 때문에 수입 물품 가격이 올랐고, 수입품 비중이 높은 식품 가격은 상승 경향을 보였다. 일본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저축을 늘리고 소비 자체를 줄인 점도 엥겔지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 식료품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엥겔지수 상승분 1.8%포인트를 분석해보니. 0.9%포인트는 식료품 가격 상승, 0.7%포인트는 소비 자체의 감소, 0.2%포인트는 조리 식품 소비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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