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기준으로 1년전보다 8% 늘어 43조엔
0%대 금리에 부유층 소득 노출 회피 큰 이유
0%대 금리에 부유층 소득 노출 회피 큰 이유
일본에서 집에 현금을 쌓아두는 ‘장롱예금’이 43조엔(약 430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한국의 올해 예산(400조7천억원)보다 많은 돈을 장롱에 넣어두는 것은 저금리 영향도 있지만 소득 노출을 피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2월 말 기준 장롱예금이 전년 같은 달 대비 8% 증가한 43조엔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현금의 80%가 가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장롱예금 증가에 대해 “가계의 현금 보유는 예금금리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0.01% 정도로 이자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래된 저금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풀이했다. 부유층의 소득 노출 회피도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3억엔 이상 자산 보유자는 내역을 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됐으며, 신고된 자산 내역은 세금 징수 자료로 쓰인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제도를 시행하면서 은행 거래를 할 때 당국에 개인의 소득이 더 투명하게 드러나게 됐다. 한 세무사는 “탈세 의도까지는 없더라도 부유층에서는 당국의 추궁 자체가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롱예금 증가에 금고 수요도 늘고 있다. 한 금고 제조업체는 “최근 ‘1억~2억엔 정도 들어가는 금고 크기는 어느 정도 되냐’는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돈을 집에 두는 것은 비용이 든다. 이 신문이 직접 시험해 보니 현금 4억엔을 넣으려면 50ℓ 크기의 금고가 필요한데 그 가격이 20만엔 정도다. 보안장치를 추가하면 비용이 더 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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