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북한 미사일 기지 타격을 염두에 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정부에 요청했다.
진보 성향의 일본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78)는 1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한반도 긴장 국면을 활용하려는 인상을 준다며, 적기지 공격론이 일본 평화헌법 개정의 재료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진보 월간지 <세카이> 등에 아베 정부의 안보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을 써온 안보 전문가다.
마에다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한반도) 위기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한반도 사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긴장 사태가 일본과 떨어진 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도 있지만,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주일미군기지도 있어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일본도 당사자가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전쟁 때도 요코다 미군기지에서 전폭기가 북한을 향해 발진했다”며 “당시에는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능력이 없어서 일본은 아무런 피해 없이 경제적 효과만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일본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자민당이 최근 정부에 제안한 적기지 공격 능력이 결국은 평화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자는 이야기는 (교전권 등을 포기한) 일본 현행 헌법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지금의 헌법에서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무리이니 헌법을 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적기지 공격론이 1950년대 하토야마 이치로 정부 때부터 가끔씩 얼굴을 내밀던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는 어디까지나 헌법 논쟁으로 실제로 그런 능력을 자위대에 부여하려고는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논의는 자위대가 적기지를 공격하려면 어떤 장비를 갖추는 게 적당하느냐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적기지 공격에 필요한 장비나 훈련은 현재의 일본 방위계획에 들어있지 않지만, 아베 정권이 계속되면 2019년부터 시작하는 방위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에다는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억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전제하지 않는 억제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억제도 상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핵을 쓰면 같이 파멸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 상대도 한다는 인식에서 쓰는 말이 억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상대와 의사소통을 할 의지 자체가 없다. 최소한의 의사소통 없이 단지 군사적 압박만 있을 뿐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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