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 북 미사일 쏘자 지하철 멈추고 ‘호들갑’

등록 2017-04-30 14:29수정 2017-04-30 20:36

신칸센도 주말 아침 10분간 멈춰
정부가 공포 분위기 조성 비판 일어
한반도 긴장 틈타 자위대 활동 확대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도쿄 지하철 운행이 정지됐을 때 상황을 <야후 뉴스>에 게재한 일본 저널리스트 간다 도시아키의 글. 야후 뉴스 캡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도쿄 지하철 운행이 정지됐을 때 상황을 <야후 뉴스>에 게재한 일본 저널리스트 간다 도시아키의 글. 야후 뉴스 캡처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서 도쿄 메트로는 전 노선 운전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29일 아침 6시7분부터 10분가량 도쿄 지하철에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날 히비야선 가스미가세키역에서 안내 방송을 들은 아이티(IT) 관련 저널리스트인 간다 도시아키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역무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는데, 안내방송에는 미사일 발사 소식 정도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간다는 지인과 연락을 통해서야 일본에는 피해가 없다는 소실을 알았다. 간다는 <도쿄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미사일이 (일본까지) 왔다는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다며 “어쨌든 정보를 얻고 싶었다. 지하철 안 승객들 침착했지만 만약 혼잡한 시간대였으면 어떻게 될 뻔했던가”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은 일주일가량 연휴가 이어지는 ‘골든 위크’가 시작되는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지하철 안이 혼잡한 상황은 아니었다. 도쿄 메트로는 이날 운행정지로 영향을 받은 승객은 약 1만3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쿄 지하철뿐 아니라 일부 신칸센도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10분간 운행을 중지했다. 일본 서부 신칸센을 운영하는 제이아르(JR)니시니혼은 이날 아침 6시8분부터 10분간 동해쪽으로 운행하는 호쿠리쿠신칸센 운행을 일시 중지했다. 운행 정지 시간이 10분인 이유는 북한에서 일본으로 미사일이 발사됐을 경우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지거나 통과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10분이기 때문이다.

도쿄 지하철과 신칸센 일시 운행 중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과잉 반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도쿄 메트로와 제이아르니시니혼을 제외한 일본 전역 대부분의 지하철과 철도는 정상적으로 운행을 했다. 일본 대부분의 지하철과 철도는 북한 미사일 발사 시 정부 위기관리시스템인 ‘제이 얼러트’(J-alert)상 등의 통보가 있을때 운행을 일시정지한다는 지침을 세워놓았지만. 도쿄 메트로와 제이아르니시니혼은 언론 보도만으로도 운행 일시정지를 결정했다. <도쿄 신문>은 “도쿄에서 지하철을 멈추는 것은 과잉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하고 있는 일은 물론 문제이지만 일본 정부가 과도한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한 재일동포3세 박원호씨 말을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이달초부터 연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한반도 전쟁과 같은 유사 상황을 가정한 대책을 쏟아놓으며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고, 일본 언론도 이를 적극 보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각관방 누리집 등에 올린 북한 마시일이 일본에 떨어졌을 경우 대피법. 실외에 있을 경우에는 건물 안으로 대피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내각관방 누리집 갈무리
일본 정부가 내각관방 누리집 등에 올린 북한 마시일이 일본에 떨어졌을 경우 대피법. 실외에 있을 경우에는 건물 안으로 대피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내각관방 누리집 갈무리
이달 초 주한 일본대사관은 한국 체류중인 일본인 약 6만명에게 한국 정세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중순에는 외무성 누리집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고, 일본 학교에서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던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국에 체류중인 일본인들을 일단 육로로 남부로 대피시킨 뒤 배를 태워서 일본 남부로 피난시킨다는 내용도 작성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미사일에 사린가스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했으며, 언론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 사망자 수를 추정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 북한이 일본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에 대비한다면서 북한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졌을 때의 구체적 대피 방법을 내각관방(내각의 기획 조정 등을 담당하는 부서) 누리집 등에 올렸다. 내용을 보면 △실외에 있을 경우에는 되도록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도로 피신할 것 △근처에 건물이 없을 경우에는 바닥에 엎드릴 것 △실내에 있을 경우에는 창문에서 떨어지거나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미사일이 떨어졌는데 건물 안으로 피신하는 정도로 안전할 수 있느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런 정보가 계속해서 흘러나오니 일본인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이용한 자위대 활동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해상 자위대에 사상 처음으로 평시 미군 함선 무기 보호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 안보법제 제개정 이전에는 평시 상황에서 자위대가 무력을 이용한 미군 함선 보호가 불가능했다. 2015년 안보법제 제개정으로 긴장 상황이 고조되었지만 무력 공격을 받은 상태는 아닌 ‘그레이존’ 상태에서도 미군 등을 무기를 사용해서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실제로 자위대에 이런 임무가 부여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해상 자위대 소속 항공모함급 호위함인 이즈모가 다음달 1일 요코스카항을 출발해서 간토 지방 보소반도 앞바다에 있는 미 해군 보급함과 합류해 시코쿠 앞바다까지 태평양 쪽 해상에서 이 보급함을 보호한다고 전했다. 보호 대상이 되는 미국의 보급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미국 태평양함대의 함선에 물자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 미군 보급함은 29일 동해로 들어온 핵 항모 칼빈슨에도 물자를 보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