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 해군 보급함 보호 임무를 부여받고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출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최대 전함인 이즈모. 사진은 지난해 12월 요코스카항에 있는 이즈모에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일본 자위대 전함이 사상 처음으로 평시에 무기를 사용해 미군 함정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출항했다.
1일 일본 해상자위대 최대 전함인 ‘이즈모’는 한반도 인근으로 접근하는 미 해군 보급함에 대한 ‘무기 등 방호(보호) 임무’를 부여받고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출발했다. 이즈모는 한반도 해역으로 접근 중인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에 물품을 보급하는 보급함과 간토 지역 보소반도에서 합류해 시코쿠 해역까지 이틀간 임무를 수행한다. 그 뒤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관함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2015년 안보법제 개정으로 자위대는 평시와 전시의 중간 상태인 ‘그레이존’(grey zone)일 때도 무기를 사용해서 미군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로 이런 임무가 부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레이존 상태에서 무기를 사용한 보호 임무를 하고 있을 경우, 실제로 상대가 미군을 공격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반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즈모는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최대 전함이다. 헬기 14대를 탑재할 수 있고 헬기 5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어 항공모함급 전함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이번 작전 범위가 동해가 아닌 태평양이어서 미군이 이 지역에서 북한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희박한데도, 일본과 미국이 한반도 긴장 상태를 이용해서 자위대 활동 범위 확대를 꾀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에 가까운 동해가 아니라 태평양으로 항해중인 미 보급함을 자위대가 보호하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자위대가 미군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낮은 해역에서 미 함선을 보호하는 것은 평시에서 유사 사태까지 미군에 대한 자위대의 지원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안보법제의 본질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안에서도 태평양에서 미 보급함이 북한 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위험은 회피하면서 실적을 쌓으려는 일본 정부 내 계산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는 “북한 정세를 악용한 (자위대의) 실적 만들기”라고 비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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