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초당파 모임인 ‘신헌법제정의원동맹’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의 “때가 무르익었다”며 강한 개헌 의욕을 드러냈다. 도쿄/AP 연합뉴스
올해 평화헌법 발효 70돌을 맞은 일본에서 개헌 지지 여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개헌 관련 모임에서 “역사적 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2020명을 대상으로 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 이들이 50%로 ‘필요하다’(41%)보다 9%포인트 많았다고 2일 보도했다. 개헌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지만 지난해보다 격차는 많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55%로 ‘필요하다’(37%)보다 18%포인트 높았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헌법을 ‘개정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과 ‘개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가 49% 동률로 나왔다. 지난해에는 ‘개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50%)가 ‘개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49%)를 1%포인트 앞섰다. <엔에이치케이>(NHK)가 480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3%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34%)을 9%포인트 앞질렀다.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개헌 찬성 의견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긴장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신조 정부와 보수 언론은 한반도 상황을 이용해 지금 헌법으로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치학자인 요시다 도우루 홋카이도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하고,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이 일본의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개헌파는 ‘지금의 헌법으로는 일본은 무방비다’라는 말을 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일 초당파 모임인 ‘신헌법제정의원동맹’의 행사에서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다”며 “(현행 헌법 발효 70주년이라는) 이 단락의 해에 반드시 역사적 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을 불멸의 대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과거와 달리) 소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평화헌법의 핵심으로 교전권을 부인하는 제9조를 당장 개정할 확률은 낮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헌법 제9조를 ‘바꾸지 않는 편이 좋다’(63%)는 의견이 ‘바꾸는 편이 좋다’(29%)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당장은 헌법 제9조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개헌 분위기를 조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총리를 최고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 보유를 명시한 자민당 헌법 개정 초안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자민당과 함께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에서는 환경권과 무상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개헌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다카다 겐(71) ‘허용하지마 헌법개악·시민연락회’ 사무국장은 <한겨레>에 “(제9조 외의 다른 부분을) 건드려서 결국 제9조를 바꾸려는 속셈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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