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헌법 개정 추진파들의 초당파 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개정 헌법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자위대 합헌화가 내 시대의 사명”이라며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자위대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우익들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목표로 개헌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기사 13면
아베 총리는 헌법기념일인 3일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2020년은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의 구체적 일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2006년 1차 집권 때부터 개헌 의지를 드러내왔지만, 한동안은 여론의 반발 등을 우려해 발언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서는 국회 시정연설에서부터 ‘국회가 헌법 개정 논의를 해달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개헌을 추진하는 초당파 의원 단체인 '신헌법제정의원동맹' 행사에 참석해 “올해 반드시 (개헌에 대한) 역사적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하고 나선 것은 개헌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자민당 등 개헌 찬성파가 개헌안 발의 요건인 중의원과 참의원 의석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여건도 갖춰져 있다.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도 안보 관련 대비 태세를 강조하는 아베 총리에게는 호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학법인의 국유지 헐값 매각에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가 연루됐다는 의혹인 아키에 스캔들과 각료들의 잇딴 망언,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 등 아베 총리에게 불리한 변수들이 있어서, 아베 총리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아베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평화헌법의 핵심이자 전쟁·교전권을 포기한 9조는 그대로 놔두고, 자위대 관련 기술을 추가하겠다 밝혔다. 그는 “자위대가 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 신뢰가 90%를 넘고 있는 반면, 많은 헌법학자들이 (자위대 활동이)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북한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고 안전보장 문제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중에 ‘위헌일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목숨을 걸어달라’고 말하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세대에서 자위대를 합헌화하는 것이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헌법 개정 자체에는 찬성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바꾸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여전히 많다. 자민당이 2012년 마련한 헌법 개정 초안에는 9조 자체를 변경해 내각총리대신을 최고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을 헌법에 규정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으나, 아베 총리는 현재 여론에서는 9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대신 사실상 군대와 다름없이 활동하고 있는 자위대를 헌법에 규정하는 편법을 제시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 하에서의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결국 9조 자체의 변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아베 총리는 개헌에 찬성하는 야당인 일본유신회가 개정 항목으로 제시한 ‘교육무상화’에 대해 “헌법과 관련한 나라의 미래상을 논의하는 데서 교육은 극히 중요한 주제다. 일본유신회의 적극적인 제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공명당 등 개헌 세력은 기존 헌법에 없는 규정인 교육무상화, 환경권 등을 헌법에 새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개헌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반면 평화헌법 수호를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무상화 등은 헌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데, 교육무상화 등을 헌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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