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황금연휴(골든위크)가 끝나자마자 평화헌법 개정 논의를 빨리 해달라고 자민당에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골든위크 뒤 첫날인 8일 자민당 당역회의에서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자민당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 올해는 역사적 한걸음을 내디디고 싶다”며 헌법 개정 논의 가속화를 지시했다고 <도쿄신문> 등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기념일인 지난 3일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와 개헌파 모임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교전권을 포기한 헌법 제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하는 규정을 추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개정 헌법 시행 시기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이 됐으면 좋겠다며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자신이 밝힌 헌법 개정 의지를 구체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추진에 일본 재계도 움직이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8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제언을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자위대 지위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경제단체연합회가 개헌에 관한 의견을 발표한 것은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는 헌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개헌 일정을 밝힌 의도를 묻는 질문에 “국회에서 당·정 간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개헌 항목에 대해서는 “총리로서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상세적인 언급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 총재로서 생각은 <요미우리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숙독해 달라”고 말했다.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 간사장은 “행정부의 장(총리)이 입법부의 심의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9일 참의원 예산위에서도 2020년 헌법 개정 목표를 밝힌 데 대해 “자민당안이 논의를 가속화해서 헌법심사회의 제안을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모아보겠다는 결의다”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