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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남북대화 한국외교 영향력 높이는 일”

등록 2017-05-16 16:16수정 2017-05-16 21:56

인터뷰 일본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게이오대 명예교수
“남북이 대화하면 주변국의 시선 달라져
트럼프는 의외로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
위안부 합의 “재협상 요구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일본의 대표적 한반도 연구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11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한반도 연구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11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의 한반도 연구자인 오코노기 마사오(71)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영향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의외로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최근 한일간 가장 첨예한 문제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재협상을 요구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11일 게이오대 연구실에서 했다.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해왔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식으로 보도한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첫 1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재협상을 이야기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박근혜 정권 3년간 (한일 양국이) 역사논쟁 끝에 마지막에 도달한 것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이기 탡문에 아베 정권은 다시 협상할 생각이 없다. 이것은 일한의 기본관계에 관한 합의이며,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통상교섭과는 다르다. 대선 기간에는 한국 대통령 후보들이 합의 철회와 재협상을 이야기했지만,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일한 관계는 어려워진다. 처음부터 막혀버린다. 일본 언론과 국민 모두가 우려한다. 나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새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도 아니고 재확인도 아닌 중간의 이니셔티브, 양쪽 모두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중간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일본이 아마 1개월이나 2개월은 기다릴 것이라고 본다. 일본 쪽도 안보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문제와 안보 등 다른 문제를 분리하자는 투트랙 접근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일한관계는 새로운 차원에 들어설 것이다. 역사문제는 원리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한 한일은 충돌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있는 위안부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투트랙이라고 해도 아무도 납득하지 못한다. 결국 합의를 이행할까 말까의 문제다.

-위안부 문제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고 보는지

“재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는 법률적 문제를 포함해서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온) 아슬아슬한 합의가 2015년 합의였다고 생각한다. 2015년 합의가 불만족스럽다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무리다.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다시 문제를 제기해도 그 합의 이상의 합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합의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일본인은 사무라이 문화라서 약속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일본인은 잘못된 약속이라도 일단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신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일본인의 국민정서다.”

-일본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친북 반일’로 보도하며 경계하는 시선이 많았다.

“일본 언론 특히 주간지와 텔레비전이 그런 딱지를 붙이고 있는 상황을 나는 비판적으로 본다. 그런 일은 해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서는 관계 개선이 되지 않는다. 일본 미디어가 (한국 대선에서) 보수파를 선호한 이유는 보수파라면 합의를 지키리라는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안보 문제가 중요하다. 일본 미디어는 반드시 반일 앞에 친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안보 문제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대화 중시를 표명하고 있는데

“(북한과 협상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정원장 내정 같은) 인사를 보면 문 대통령은 비교적 빠른 시기에 남북 대화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낮은 단계에서 인도적 교류나 민간 교류 등으로 시작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스포츠 교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그런 노력이 한국 외교의 추진력을 높인다. 현재의 한국 외교는 미국과도 문제가 있고 중국, 일본과도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 중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남북대화를 시작하면 주변 국가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대화를 개시하는 것은 남북간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에는 위안부 문제만을 생각하는 데, 한국이 남북대화를 시작하면, 일본은 (한국과) 좀더 신중하게 협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이 된다.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남북 대화 재개)에 일본은 부정적이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환영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외로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권의 특징은 오바마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 다시 말해서 협상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군사적으로 위협한다든지, 외교적 거래를 꾀한다든지, 오바마가 하지 않은 것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군사적 행동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번 (한반도) 위기를 통해서 트럼프는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화 국면이다. 미-북한 관계에서도 대화의 국면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에 앞서서 한국 정권이 (남북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 정부 때와 비교하면 주변 상황이 어려운데.

“그럴까. 그때도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탄생과 함께 북한은 벼랑끝전술에서 대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다. 한번에 높은 단계가 아니라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 결과 한국 외교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북은 미국과 중국이 연계해서 경제제재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남북대화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은 ‘선남후미’다. 남북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중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북한이 정치적 회담과 군사회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핵문제에서 주변국가와 북한의 교섭이 진행되지 않으면 남북대화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레벨을 높이려고 해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어떻게도 안된다. 아마 북한이 생각하는 것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동결일 것이다. 동결을 재료로 해서 미국과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도 핵무기와 미사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거래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북한에도 아무 의미가 없다. 만약 북한이 군사도발을 계속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봉쇄정책이나 확실한 상호억지, 다시말해서 주한미군의 전술핵병기의 재배치가 필요해질 것이다.”

-한국 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번에 큰 것을 하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중요한 것에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리는 세부적인 것에 있다고 믿는다. 이번 정부는 어려울 것이다. (의회) 과반수도 아니고 대외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일한관계가 한번에 좋아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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