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모리토모 스캔들에 이은 또다른 학원 스캔들이 터졌다. 정부가 아베 총리의 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의 수의학부 신설에 편의를 봐준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폭로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극우 성향인 오사카 모리토학원의 초등학교 설립 특혜에 관여했다는 스캔들에 휩싸였지만 최근에 여론은 비교적 잠잠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스캔들에 불이 붙으면서 다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설립을 돕는 게 “총리의 의향이라고 들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문부과학성 문서를 17일 폭로했다. 지난해 작성된 ‘수의학부 신설에 관한 내각부로부터의 전달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2018년 (수의학부) 개학을 목표로 해서 역산을 해서 최단 일정을 작성해, 공유해달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총리) 관저 최고 레벨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쓴 대목도 있다. 다른 문서에는 “총리의 의향이라고 들었다”는 내용도 있다. 아베 총리 쪽이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주간지 등을 통해 이전에도 나왔지만 이번에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문서가 공개됐기 때문에 파장이 크다.
일본 정부는 수의사 수가 지나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52년간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문부과학성 문서가 작성되고 한달쯤 뒤인 지난해 11월 문부과학성과 내각부는 2018년 1개교에 한해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하는 공동고시를 냈다. 유일하게 응모한 가케학원은 국가전략특구가 있는 남부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서 수의학부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가케학원은 오카야마이과대를 운영한 곳으로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자주 골프를 치고 식사도 하는 등 친한 사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가케학원 이사장에 대해 “지인이기 때문에 골프도 치고 식사도 했지만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해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보도에 대해 “어떤 문서인지 정확하지 않다. 일일이 정부가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진당의 렌호 대표는 “아베 총리와 부인의 친구들만 배려를 받았다는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중·참의원이 일체가 돼 문제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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