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왼쪽)과 함께 남수단 평화유지군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자위대원들의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유엔이 일본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고서 초안에서 일본 정부가 교과서의 위안부 기술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유엔이 역사 왜곡과 인권 문제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밝히고 일본은 반발하며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다음달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인 보고서 초안에 위안부 등에 대한 역사 교육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 해석에 정부의 개입을 삼가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보고서 초안에서 중학교 교과서에서 외부 전문가의 위안부 관련 기술이 편집·삭제된 사례, 위안부를 언급하더라도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가 기술된 것 등을 지적했다. 케이 특별보고관은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지를 검토하라며 검정 방식 재검토를 권고했다. <아사히신문>이 자사의 위안부 보도와 관련한 기사의 일부를 오보라고 인정하고 해당 기사를 삭제한 것은 기사를 작성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본의 표현의 자유 제약에 대한 우려를 폭넓게 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송법을 근거로 정치적 공평성이 결여된 방송국의 전파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은 “미디어를 제한하는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2012년 자민당 헌법 개정안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기본적 인권을 “영구적 권리”라고 규정한 제97조가 이 개정안에서는 삭제됐는데, 케이 보고관은 이런 내용이 “일본의 인권보호를 약화시킨다”고 했다.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국제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초안 내용을 바꾸기 위해 반론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특별보고관과 보고서에 대해서 협의중이다. 정부로서 반론할 것은 반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유엔은 최근 인권과 역사 문제에서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유엔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안은 위안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아베 신조 정부의 여러 우경화 정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 회복,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 충분하지 않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평가한 합의”라며 반박에 나섰다. 조셉 카나타치 유엔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은 18일 일본 정부의 ‘공모죄’ 도입 추진을 비판하는 서한을 아베 신조 총리한테 보냈고, 일본 정부는 이튿날 항의문을 내놨다. 공모죄는 범죄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사전 준비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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