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2의 택배회사인 사가와규빈은 주 3일을 쉬는 트럭 운전사를 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육아나 부모 간병 때문에 일주일에 사흘은 쉬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까지 채용해야 일손 부족 해소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야마토운송도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야마토증권은 고향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올해부터 전근이 없는 직군을 따로 만들었다.
경기는 회복되는데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면서 일본 산업계 곳곳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디스코는 내년 대학·대학원 졸업 예정자 중 취직 내정을 받은 이가 63.4%로 지난해보다 8.5%포인트 늘었다고 6일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취업시장이 구직자 우위로 바뀌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실업률은 4월 기준 2.8%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일손이 부족하면 임금이 오르고 이에 따라 소비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발생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노동력은 부족한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어서 경제학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재팬 퍼즐’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노동자 평균 월 임금은 1997년 29만8900엔에서 지난해 30만4000엔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필두로 아베노믹스 정책을 밀어붙인 2012년 이후를 봐도 2014년 29만9600엔, 2015년 30만4000엔으로 각각 1.3%와 1.5%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0만4000엔으로 전년과 똑같았다.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우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비율 증가다. 비정규직 비율은 40% 이상으로, 1990년대의 20% 수준에서 급증했다. 다른 설명은 인구 구성 변화다. 높은 임금을 받던 고령자들이 한꺼번에 퇴직하고, 젊은 세대는 낮은 초봉을 받는다. 이 때문에 평균 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 미래 경영 상황을 낙관하지 못한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꺼리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노동자 쪽에서도 기본급을 많이 올릴 경우 경기 악화 때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인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비엔피(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경제조사본부장은 <로이터> 통신에 실은 ‘일손 부족인데 임금 정체: 일본 최대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동조합이나 종업원조차도 고정비 증가가 종신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염려해 기본급 인상을 강하게 원하지 않고 실적이 좋아질 때 보너스 인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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