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공모죄’ 통과 직후 관저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공모죄를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 비판 차단과 가케학원 스캔들 덮기용이라는 비판이 많다.
아베 총리는 흔히 공모죄라고 불리는 ‘테러 등 준비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방지 대책이 필요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워왔다. 아베 총리는 공모죄가 통과된 15일에도 “2020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확실히 연계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모죄가 사실은 시민들의 정부 비판에 자물쇠를 채우려는 목적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공모죄는 ‘조직적 범죄집단의 활동으로 2명 이상이 계획하고,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를 구성원 중 누군가가 자금과 물품을 조달하거나 장소를 물색하는 등 준비행위를 할 경우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형법은 실행된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원칙인데, 공모죄는 이를 허물 수 있다. 사상 자체를 처벌한 2차대전 이전 치안유지법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모죄 적용 대상 죄목도 277개나 된다.
아베 정부는 공모죄가 조직적 범죄집단을 처벌하는 법이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조직 범죄집단이나 준비행위의 의미가 애매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적용해 광범위한 사람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군기지 설치에 반대하는 오키나와 시민들이 기지 주변에서 주저앉아 있는 형식의 항의 시위를 하는 경우 등에 ‘조직적위력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공모죄 적용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의 설명도 왔다 갔다 한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법무 부대신(차관)은 지난 4월 “일반인이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가 이후 말을 바꾸기도 했다.
공모죄를 서둘러 처리한 또다른 이유는 아베 총리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가케학원 특혜 제공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 스캔들은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는 것이 “총리의 의향”, “관저 최고 레벨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문부과학성 문서가 공개되면서 터져나왔다. 아베 정부는 공모죄 통과가 늦어지면 국회 일정이 연장되고, 연장된 국회에서 야당의 가케학원 스캔들 추궁이 이어질 것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다. 여당이 공모죄를 강행 통과시키면서 정기국회 일정은 예정대로 18일에 끝난다. 공모죄가 통과된 15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그동안 부인해온 “총리의 의향”이라고 적힌 문서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스캔들의 핵심인 총리 관저와 내각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