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와 투스크 상임의장은 정상회담을 열어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유럽연합이 일본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 승용차의 유럽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듯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세계적) 보호주의 움직임 속에서 일본과 유럽연합이 자유무역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유럽연합의 경제동반자협정이 예정대로 2019년 발효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유럽연합은 일본산 승용차에 대해 기존 관세 10%를 7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자동차부품(관세 3~4.5%)은 발효 즉시 대부분 철폐한다. 최고 14% 부과되던 전자제품 관세도 대부분 발효 즉시 철폐한다. 일본은 유럽연합산 와인에 부과되던 관세 15%를 발효 즉시 철폐하고, 원칙적으로 29.8% 관세가 부과되던 치즈는 1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 등 주로 농산물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유럽연합과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을 추진해왔으나 지난해까지는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집권한 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이탈하자 일본은 자세를 바꿨다. 일본은 유럽연합과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적 성향에 견제를 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최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한 아베 정부는 경제적 성과가 필요했다. 유럽연합도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로 시장 확대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번 협정 여파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일본산 승용차에 비해 유럽에서 우위에 있던 가격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자동차부품과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아사히신문>은 7일치 사설에서 “일본의 라이벌인 한국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자동차 관세가 없다. 전자제품도 같은 구도다. 일본의 산업계에 혜택이 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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