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이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담하고 있다. 함부르크/신화 연합뉴스
“우에노동물원에서 판다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내년은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다. 관계 개선의 기운은 크게 키워가고 싶다.”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 양자 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판다 얘기를 먼저 꺼냈다. 우에노동물원에 판다가 살게 된 것은 1972년 중국이 국교 정상화 기념으로 보내면서부터다. 아베 총리는 판다 얘기를 첫머리에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가려 했다. 또 중국이 적극 추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협력하겠다며 ‘선물’도 내놨다. 그는 일대일로에 대해 “잠재력이 있는 구상”이라고 칭찬하며 “국제사회 공통의 사고가 충분히 채택돼 지역과 세계의 평화, 번영에 전향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일본은 이런 관점에서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넘어가자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시 주석은 “쌍방은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는 데 근거해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진전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일본이 관계 개선의 의미를 정책과 행동에서 더 많이 실현하기를 바란다”며, 역사와 대만 문제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중국은 일본이 연초에 대만과의 창구 역할을 하는 ‘교류협회’의 이름을 ‘일본대만교류협회’로 바꾼 것에 불만을 품어왔다. 아베 총리가 내년 평화우호조약 체결 40돌을 염두에 두고 양국 정상 상호 방문을 기대한다고 했으나,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중-일 관계는 2012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로 냉랭해진 뒤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201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을 때 “역사를 직시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리마 회의 때는 일본 쪽 요청으로 아베 총리를 만났으나 소파에서 잠시 얘기를 나눴을 뿐이다. 이번에는 아펙 때와 달리 양국 국기가 걸린 상태에서 회담한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로 타격을 입은 아베 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희망한 외교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짚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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