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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에 결정타 날린 ‘일본판 유진룡 장관’

등록 2017-07-10 17:38

마에카와 차관 가케학원스캔들 폭로 국회 증언
마에카와 기헤이 전 차관
마에카와 기헤이 전 차관
“(수의학부 신설 허가) 결정 과정이 아주 불공평하고 불투명했다. 처음부터 ‘가케학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배경에는 총리관저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10일 일본 도쿄 국회에 아베 신조 내각에 결정타를 날린 한 남성이 등장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을 최저치로 끌어내린 ‘가케학원 스캔들’에 결정적 증언을 한 마에카와 기헤이 전 문부과학성 차관이었다.

이날 일본 국회에서는 가케학원 스캔들 내막을 밝히기 위해 정기국회 폐회 뒤 임시로 여는 ‘폐회중 심사’가 진행됐다. 가케학원 스캔들이 아베 내각을 뒤흔드는 정치 이슈가 된 데는 마에카와 전 차관의 역할이 컸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총리 관저가 담당 부처인 문부과학성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이전까지는 수의학부 신설허가를 50년 동안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월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는 것이 “총리 관저의 의향”이라고 적힌 문서가 나와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괴문서”라며 문서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당시 주무부서인 문부과학성 차관으로 재직했던 마에카와가 “담당 부서가 나에게 보여준 문서” “간부들 사이에서 공유했다”고 폭로하면서, 아베 내각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의 폭로는 구체적이며 신랄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이즈미 히로토 총리보조관이 지난 9월 자신과 면담한 자리에서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건은 “총리가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내가 말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폭로했다. 문부과학성 문서 존재를 정부가 부정하자 “검은색을 흰색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0일 국회에서는 “(총리 관저 쪽에서) 광역적이라든지 하는 조건을 붙여서 (수의학부 신설 경쟁학교인) 교토산업대가 배제됐다. 가케학원만 남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실태를 폭로한 한국의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떠오르게 하는 측면이 있다. 행정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정권 내부 비리 폭로에 나선 점이 유 전 장관과 비슷하다. 정권 비리 폭로에 나선 뒤 사생활이 들춰진 것은 채 전 총장을 떠올리게 한다. 마에카와 전 차관의 폭로가 시작된 뒤 <요미우리신문>은 마에카와가 ‘밀회바’(남녀의 은밀한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유흥업소)의 단골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여성의 빈곤에 대한 시찰 조사를 위해서였다”는 해명을 내놨다. 마에카와 차관은 “요미우리가 왜 보도를 냈는지가 문제다. 관저와 요미우리 기사가 연동되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쪽은 마에카와 차관 폭로의 파괴력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야당의 요구에 응해 마지못해 ‘폐회중심사’를 열고 마에카와 전 차관을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아베 총리는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에카와 전 차관도 증인이 아니라 참고인으로 불렀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때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가, 스캔들이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내린 조처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을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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