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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모리토모 스캔들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끝나나

등록 2017-08-01 19:08수정 2017-08-01 19:21

오사카지검 특수부 사기 혐의로 가고이케 부부 체포
아베 총리 부부 등 정부 관여는 아직 손 못대
지난 3월2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온 가고이케 야스노리(왼쪽)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신화 연합뉴스
지난 3월2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온 가고이케 야스노리(왼쪽)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신화 연합뉴스
일본 정계를 뒤흔든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인가?

아베 신조 총리 부부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일본 검찰이 모리토모학원 전 이사장 가고이케 야스노리 부부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가고이케 전 이사장과 부인 준코가 지난해 초등학교 건설 공사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린 계약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 5600만엔을 받아냈다며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일본 정부는 목재를 사용한 선진적 건축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모리토모학원이 고의로 이 보조금을 부정수급했다고 오사카검찰은 판단했다.

올해 초 불거진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아베 내각 지지율 추락의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모리토모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유치원이 원생들에게 군국주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등 극우적 교육을 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이어 모리토모학원이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만들려 했고 정부는 여기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는 이 초등학교에 명예교장으로 초빙됐다. 아키에는 쓰카모토유치원에서 한 강연에서 “(모리토모학원의 우익적 교육이) 이 유치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깝다”고 발언했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나라현청 직원 출신으로 모리토모학원 설립자 딸인 준코와 결혼하며 사학법인 운영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극우적 인사들이 모인 종교단체 ‘생장의 집’ 모임에 나가면서 우익세력과 인연이 깊어졌다. 이후 보수적 중앙 정치인들과도 인맥을 쌓으면서 학교 세를 늘리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가고이케가 지난 2009년 주변에 “초등학교를 만들려면 인맥이 생긴 지금밖에 없다”며 의욕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리토모학원과 아베 총리 부부의 연관성 의혹이 떠오르자, 아베 총리는 관계를 모두 부인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가고이케는 아키에가 모리토모학원에 100만엔을 기부했다고 주장하며 폭로전에 나섰다. 가고이케는 3월 국회에 증인으로 나와 아베 총리가 자신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 해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도 말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재무국 담당자들이 국유지를 감정가인 8억1900만엔보다 훨씬 낮은 1억3400만엔에 모리토모학원에 매각한 것이 배임에 해당하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와 정부 인사의 관여가 드러난다면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으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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