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압승을 거둔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율이 늪에 빠지면서 정계 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에 역사적 참패를 안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쪽이다. 고이케 지사의 측근으로 자민당에서 탈당한 와카사 마사루 중의원은 지난 7일 정치단체인 ‘일본퍼스트회’를 설립했다. 고이케 지사가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만든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의 전국판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법률상 정당이 되려면 의원이 5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일본퍼스트회는 소속 의원이 와카사밖에 없어 일단 정치단체로 출발했다.
와카사 의원은 다음달 16일에는 정치학원 ‘기쇼주쿠’를 개강하고 첫 강사로 고이케 지사를 초청할 예정이다. 도민퍼스트회가 정치학원을 만들어 도쿄도의회 선거 입후보자들을 찾은 것과 비슷한 행보다. 중의원 선거를 대비한 ‘고이케 신당’을 만들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 고이케 지사도 8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유권자에게)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선택지가 없어 유권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퍼스트회에 힘을 실었다.
지난 3일 개각 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42%로 지난달보다 6%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비지지율이 48%로 더 높다. 이 때문에 일본퍼스트회 같은 단체가 선거 준비를 마치기 전에, 올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이 자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5석(전체 127석)밖에 건지지 못한 야당 민진당 쪽에서도 정계 개편 대비 움직임이 보인다. 환경상 출신의 호소노 고시 의원은 민진당에 탈당계를 낸 뒤 8일 “(일본퍼스트회의) 와카사 의원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기회가 있다면 대화하고 싶다”고 말해, 일본퍼스트회와의 제휴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계 개편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일본퍼스트회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일본퍼스트회라는 명칭부터 배외주의적이고 극우적인 냄새가 풍긴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극우단체들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도쿄신문>에 “영어로 번역하면 ‘재팬 퍼스트’(Japan First)라는 최악의 작명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퍼스트회를 뒷받침하는 핵심인 고이케 지사는 과거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와카사 의원은 ‘국민퍼스트회’라는 정치단체가 이미 있기 때문에 ‘일본퍼스트회’로 이름을 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명칭뿐 아니라 단체의 본질 자체가 극우적이라는 지적이 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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