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추오구에 있는 맨션(한국의 아파트)의 모습. 일본 맨션 베란다에는 창문이 달려 있지 않아 이웃집에서 흡연을 하면 간접흡연 피해에 노출되기 쉽다.
깊은 밤 도심 속 맨션(한국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빨간색 불빛이 반짝인다. 가족들이 잠든 틈에 베란다에 나와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런 모습을 멀리서 보면 반딧불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맨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1980년대말부터 ‘반딧불족’이라고 불러왔다.
일본에서 반딧불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일본의 반딧불족은 다른 나라에 견줘서 그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흡연을 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음식점과 커피숍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허용하는 곳이 많을 만큼, 흡연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일본 정부가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음식점이나 술집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를 강화하기로 하자, 술집에서 흡연은 “일본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자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반딧불족으로 인한 피해를 막자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일본 시민들은 ‘근린주택간접흡연피해자회’를 결성했는데, 지난달말 기준으로 약 820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근린주택간접흡연피해자회는 “회원이 이렇게까지 모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근리주택간접흡연피해자회는 앞으로 법률과 조례 제정을 통해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맨션에서 간접흡연 피해가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베란다 흡연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바현에서 사는 40대 여성은 2년여전 아랫층 남성이 피는 담배 연기가 올라와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급기야 얼굴에 아토피 증상까지 나타났다. 참다못한 여성이 경찰에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들고가 상담을 했고, 경찰이 아랫층 남성에게 이 사연을 전달했다. 일본에선 간접흡연 피해를 겪더라도 분쟁이 생길까봐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인 1년전부터 베란다 흡연을 중지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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