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9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한 시민이 관련기사가 실린 호외를 읽고 있다. 뒤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전하는 뉴스 화면이 보인다.삿포로/교도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일본 상공) 통과.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해 달라.”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새벽 6시2분께부터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생중계했다. 일본 정부가 전국경보시스템인 ‘제이(J)얼러트’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한 시각과 동시에 생중계가 시작됐다. 방송들은 오전 10시께까지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등을 생중계하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일본 신문사들은 도쿄 제이아르(JR) 신바시역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호외를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
북한이 최근 여러 차례 마시일을 발사했지만 일본 정부가 ‘제이얼러트’를 통해 긴급 피난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뿐 아니라 아오모리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니가타현, 나가노현 12개 도도부현(광역 지자체) 지역에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일본 동북부 전역이 대상이었다.
일본 대중교통의 핵심인 철도도 일부 운행이 일시 정지됐다. 이날 새벽 6시께 도쿄역 신칸센 플랫폼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매우 위험하니 열차 안과 대합실에서 피난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제이아르(JR)는 6시 이후 약 30분간 도호쿠, 조에쓰, 호쿠리쿠 신칸센을 운행 정지했으며, 수도권 일부 노선도 일시 운행을 정지했다. 홋카이도에서는 신칸센 노선 전부가 20분간 운행을 멈췄고, 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의 지하철과 노면 전차도 13분간 운행이 정지됐다. 삿포로에서는 놀란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피신하기 위해서 뛰어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제이얼러트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부터 낙하까지 6차례에 걸쳐 정보를 갱신하며, 국민적 경각심 높이기에 나섰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수산물 시장 관계자는 <엔에이치케이>에 “미사일이 발사됐을 당시에 경매를 하고 있었다. 휴대전화에 경보가 울려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정부 피난 지시가 막연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도치기현에 산다는 한 시민은 인터넷에 “튼튼한 건물로 피신하라는데 그런 (미사일을 견딜 만큼) 튼튼한 건물이 어디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비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유언비어도 돌았다. 북한 미사일 최고 고도는 550㎞로 육안 관찰이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으며, 30일에는 국회가 폐회 중이지만 임시로 중의원 안전보장회의를 열기로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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