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가 나오는 대형 전광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엿새 동안 4차례에 걸쳐 이례적으로 잦은 전화 통화를 하며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밤 11시께(현지시각) 10여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아베 총리는 통화 뒤 기자단에 “북한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없던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인 이날 오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으며, “최신 정보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다시 협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미사일을 발사한 29일과 이튿날인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아베 총리가 미사일 발사 등 북한 위협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왔지만, 엿새간 4차례 통화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항상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과 100% 같이 있다’고 밝혔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며, 대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 정상간 통화 목적에 대해 “일-미간 연계를 심화하기 위한 취지”라고만 언급했다.
두 정상의 잦은 통화 목적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크게 세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첫째는 스가 장관의 발언대로 미-일 동맹의 강고함을 북한에 과시해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켜려는 목적이라고 본다. 두번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을 촉구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이후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세번째로 미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이 일치한다는 것을 강조해, 한국이 미-일의 정책을 따라오게 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있다. 주로 보수 언론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베 총리가 3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밝힌 내용에서 이전과 달라진 언급은 “지금까지 없던 강력한 압박”이라는 말이다.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할 수 있는 영역은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 제한과 노동자 파견 제한 등이 있으나 가장 강력한 것은 석유 금수 조처다.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3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에서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석유 금수 조처를 포함한 추가 제재를 목표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3일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국제사회 전체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 새롭고 강력한 안보리 결의가 불가결하다”며 러시아의 협력을 요청했다. 북한 제재에 신중한 러시아와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는 대로 대북 석유 금수 조처가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경제의 생명선을 차단하는 석유 금수 조처에 협력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북 압력 강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월과 9월 북한 핵 실험 뒤 일본 정부가 안보리에서 제재 강화를 요청해왔지만, 북한의 도발을 멈추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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