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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얼마나 차별해야 충분하냐” 조선학교 학생들의 눈물

등록 2017-09-13 17:01수정 2017-09-13 21:48

도쿄지방재판소 ‘조선학교 무상화 소송’ 패소 판결
재판부, 총련과 밀접한 관계 근거 들어
“무상교육 대상 제외 불합리하지 않다”
오사카서 승소했으나 도쿄서는 패소
아이치·후쿠오카현은 소송 진행중
13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앞에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제외 조처 적법성을 묻는 판결에서 패소 판결이 나오자 변호인단이 ‘부당 판결’, ‘조고생 목소리 닿지 않아’라고 쓴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13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앞에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제외 조처 적법성을 묻는 판결에서 패소 판결이 나오자 변호인단이 ‘부당 판결’, ‘조고생 목소리 닿지 않아’라고 쓴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얼마나 외쳐야 충분할까요. 빼앗겨온 소리가 있어요. 들리나요. 듣고 있나요.”

13일 오후 일본 도쿄의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도쿄지방재판소 앞에 모인 재일동포들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인 노래 ‘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를 반복해서 불렀다. 이날은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교육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조처의 적법성을 묻는 판결이 나오는 날이었다. 노래에 담긴 바람과는 달리 재일동포들의 목소리는 일본 정부와 재판부에 닿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부당 판결’, ‘조고생(조선학교 고교생)의 목소리 닿지 않아’라고 쓴 펼침막을 들어서 패소 사실을 알리자 노래 소리는 통곡 소리로 바뀌었다. “얼마나 차별을 계속해야 충분하냐”, “부당하다”는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나왔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조선중고급학교(중·고교 과정) 졸업생 62명이 고교 무상화 조처 제외로 인한 손해를 1인당 10만엔(약 100만원)씩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선총련(총련)과 조선학교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는 공안당국 조사와 경찰청 자료 등을 근거로 문부과학성이 조선학교를 무상화 적용 대상에 제외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2010년 민주당 정부 시절 수업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고교 무상화 조처를 시작했지만, 북한 문제를 이유로 조선학교는 적용 대상에서 보류했다. 일본 교육법상 같은 ‘각종학교’로 분류하는 국제학교에도 수업료를 지원했지만 조선학교만은 예외였다.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2013년 문부과학성은 행정규칙을 개정해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2013년 5월31일부터 조선대학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매주 금요일 문부과학성 앞에서 ‘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를 부르며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조선중고급학교 졸업생들은 각 지방재판소에 취소 소송을 냈다. 판결은 엇갈렸다. 지난 7월19일 히로시마지방재판소는 총련이 조선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같은달 28일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조선학교 제외는 “교육 기회 균등과는 무관한 정치적 의견에 근거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아이치현과 후쿠오카현에서는 소송이 진행중이다. 도쿄의 판결은 엇갈린 판결의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어, 동포들과 동포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아이치현 조선학교 출신으로 히토쓰바시대에 다니는 김성명(23)씨는 “북한 문제를 들면 재일조선인에게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뜻이냐”고 말했다. 그는 “오사카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기대를 걸었다. 설마 (패소 판결이 나올까)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고교 무상화로부터의 조선학교 배제를 반대하는 연락회’의 하세가와 가즈오 대표는 “민족단체에서 민족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교 무상화 제도 취지가 교육 기회 균등인데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무상화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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