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드롭이 운영하는 여성 전용 묘지 나데시코의 공동묘. 비석에는 꽃이 조각돼 여성스러움이 강조되어 있다. 스노드롭 누리집 갈무리.
일본에서 여성 전용 묘지가 늘고 있다. 전통적 가족관이 흔들리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비영리법인 스노도롭은 사이타마현에 있는 절 묘코지 안에 2014년 여성 전용 공동묘지 ‘나데시코’(패랭이꽃. 일본 여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를 만들었다. 유리에 패랭이꽃을 조각한 비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주변엔 꽃을 심어 장식했다. 유족이 납골을 의뢰한 경우가 18건, 당사자가 예약한 경우도 15건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혼한 어머니를 자식이 의뢰해 안장한 경우, 남편 몰래 아내가 예약한 경우도 있다.
여성 전용 무덤을 운영하는 단체들은 자식들이 따로 찾아오지 않아도 공동 추모행사를 열어준다고 홍보한다. 시즈오카현에 사는 64살 여성은 2년 전 나데시코를 예약했다. 자녀 둘이 있지만, 이들이 이혼한 남편과 자신의 묘를 따로 관리하려면 번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친정 묘지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다.
사가현의 절 다이코지는 3년 전 정원형 묘지를 조성하면서 여성 전용 구역을 만들었다. 절에 유골을 모시는 이들이 줄자 여성 전용 묘지에서 새 수요를 찾았다. 40건가량 신청이 들어왔는데, “사후에는 자유롭고 싶다”며 남편에게 미리 알리고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여성 전용 묘지가 느는 것은 사후에는 남편이나 시가와 떨어지고 싶다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남편이 먼저 떠난 뒤 하는 ‘사후 이혼’이 늘고 있다. 관청에 ‘인척관계종료신청서’를 내고 시댁과 인연을 끊는 것인데, 2005년 1712건에서 2015년에는 2780건으로 늘었다.
전통적 가족의 ‘해체’도 배경이다. 17세기에 에도막부는 기독교 박해 정책의 하나로 모든 국민이 사찰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제도를 시행했고, 사찰은 장례와 묘지를 독점 관리해주고 유족들한테 대가를 받는 단가(檀家)라는 관습이 정착됐다. 단가는 기혼 남성 위주의 가족을 상정한 관습이지만, 갈수록 비혼자가 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대와 맞지 않게 됐다. 이에 사찰 등은 개별 수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고타니 미도리 수석연구원은 “묘지에서 여성 전용 구역이 느는 배경에는 가족관계의 다양화도 있지만 (마케팅을 위한) 공급자 쪽 사정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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