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으로 지지율을 회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 추진을 염두에 두고 올해 안에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최근까지 아베 총리가 개헌세력이 중·참의원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상황을 개헌에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 총선을 내년에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여당 쪽 의원이 3분의2를 넘고 임기가 내년 말까지인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는 승부수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최근 연내 중의원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여당 간부들에게 전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연립여당인 공명당 간부들과 16일 회담을 해서 연내 중의원 해산안에 대해 협의했고, 공명당의 모태인 ‘창가학회’는 17일 선거대책 관련 회의를 열었다.
중의원 해산은 가장 빠른 날짜로는 임시국회 소집 첫날인 오는 28일안이 검토되고 있다. 28일에 중의원을 해산하면 야당의 아베 총리 사학법인 스캔들 추궁을 피할 수 있다. 투표는 원래 아오모리현 등의 보궐선거 예정일인 10월22일에 치를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날짜로 거론되는 11월4~6일 이후에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치르는 안도 거론된다. 다케시타 와타루 자민당 총무회장은 지난 16일 도쿠시마현에서 한 강연에서 중의원 해산과 관련해 “그렇게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모든 의원이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연내 중의원 해산 승부수를 꺼낸다는 안이 부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제1야당인 민진당에서 최근 의원들 탈당이 잇따르고 있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극우적 정치인이지만 최근 인기가 높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새 야당이 연내 설립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이케 세력이 선거 준비를 마치기 전에 선거를 치르자는 계산이다. 고이케 지사와 가까운 와카사 마사루 의원은 16일 총선 후보 배출을 염두에 둔 정치학교를 열었으며, 고이케 지사는 첫 강사로 나섰다. 세번째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아베 총리가 ‘사학법인 스캔들’ 때문에 하락했던 지지율을 상당부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44%로 석달만에 지지율이 비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고 전했다.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야권이 준비가 덜 됐을 때 총선을 치르면, 여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해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을 확정짓고 개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계산한 듯 하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연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지면 북한 문제가 긴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공백을 만들었다는 비판과 사학법인 스캔들 탈출용 중의원 해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의 전개 방향을 관찰하다가, 중의원을 해산할지 말지에 대해서 최종 결단을 내릴 듯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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