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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겨울이면 김장 장구도 배워 “한일우호 시민 힘으로”

등록 2005-11-20 17:27수정 2005-11-20 17:27

조선통신사 행렬 복원 교사 에토 요시아키
조선통신사 행렬 복원 교사 에토 요시아키
[아시아사람들] 조선통신사 행렬 복원 교사 에토 요시아키
지난 13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선 한류의 ‘원조’인 조선통신사를 본뜬 가장행렬이 180여년 만에 재현(아래 사진)됐다. 조선통신사의 정사·부사·시종관 복장을 하거나 한국의 민속 의상 등을 입은 참가자 약 400명이 2시간 동안 가와고에 중심가를 행진했고, 주민과 관광객 등 6만여명이 이색적인 행렬을 지켜봤다. 행진 도중 흥겨운 농악과 우리 춤 공연도 펼쳐졌다.

이날 행사의 정식 명칭은 ‘조선통신사-도진조로이’다. 에도(지금의 도쿄)의 도쿠가와 막부와 인연이 깊어 ‘작은 에도’로 불린 가와고에 주민들이 17세기부터 지역 축제 때 개최한 행사다. 조선통신사 일행이 실제로 이 지역을 지나간 적은 없다. 그렇지만 에도에서 장대한 통신사 행렬을 보고 감동한 이곳 상인 등이 주축이 돼 의상과 소도구까지 흉내내 가장행렬을 시작했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가장행렬의 재현에 앞장선 사람이 에토 요시아키(56) ‘사이타마·코리아21’의 대표다. 그는 올해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에도 시절 두 나라의 우호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 행사를 복원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1월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지역 단체와 시민들의 협력을 얻어 약 400만엔에 이르는 행사 비용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가장행렬에 쓰일 전통 의상의 복원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는 실제 통신사와 달리 이 행사가 일본인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추진됐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당시 통신사 행렬이 정말로 보기 좋다고 느낀 주민들이 스스로 행사를 열었다”며 “당시와 같은 우호 관계를 시민의 힘으로 부활시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 행렬 복원
조선통신사 행렬 복원
현재 사이타마현립 오미야기타 고교의 사회과 교사인 그가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부터다. 당시 일본인 학교와 조선학교 고교생 사이의 격렬한 싸움을 지켜보면서 일본 사회의 재일동포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 의식과 구조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교사로 임용된 뒤 곧바로 학교에서 ‘재일조선인 학생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현내에서 한국·북한과 관계가 깊은 장소나 기록 등을 발굴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 작업을 바탕으로 91년 〈사이타마와 조선〉이라는 책을 냈고, 2002년 〈사이타마와 코리아〉로 개정했다. 79년에는 현내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재일동포 학생 투신자살의 배경에 민족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앞장섰다.

그는 요즘도 학교에서 아시아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인 학생들과 함께 장구 등을 배우고 12월이면 직접 김치도 만든다. 그는 “다양한 문화는 지역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행사가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 확대와 차별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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