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대표 제품들 중 하나인 소형 오토바이 ‘슈퍼커브’의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 국내로 옮긴다. 엔화 약세 때문에 제조업의 일본 유턴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가 5년 전부터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온 슈퍼커브를 오는 11월부터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27일 보도했다. 슈커커브는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가 설계에 직접 참여해 1958년에 탄생한 혼다의 간판 오토바이다. 배기량 50㏄ 모델을 비롯해 여러 변형 모델이 있는데 주로 배달용으로 쓰인다. 누적 생산 대수는 1억대가 넘는다. 혼다 구마모토 공장은 세계 각지의 혼다 공장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인 이른바 ‘마더 공장’ 구실을 주로 해왔다. 혼다는 지난해에도 소형 오토바이 조르노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혼다가 소형 오토바이 생산 거점을 유턴시키는 이유는 중국 임금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엔화는 약세이고 일본 노동자 임금 상승률은 낮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노동자 임금 격차는 줄고 있다. 기술력 유지를 위해서 국내 공장에서 일정 정도 생산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생산 거점의 일본 복귀에 나선 것은 혼다뿐만이 아니다. 캐논은 이달 초 미야자키현에 디지털카메라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인건비 부담은 공장 자동화로 완화할 예정이다. 캐논은 2015년 국내 생산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제이브이시(JVC)켄우드가 고급 오디오 생산 거점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옮긴다고 최근 밝혔다.
일본 제조업체 국내 복귀는 2012년부터 시작돼, 2015년 파나소닉이 일부 가전제품 국내 생산 계획을 밝히는 등 본격화됐다. 최근 유턴 움직임의 가장 큰 이유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국내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데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조업 국내 회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해외 생산 제품을 국내 생산으로 바꾼 기업이 전체의 11.8%에 달했다. 국내 복귀 이유로는 31.3%가 환율을 꼽았다. 엔화 가치는 2012년 달러당 80엔대였는데 현재 112엔대로 40%가량 떨어졌다. 다음으로는 인건비 23.2%, 품질 관리상 문제가 20.2%로 꼽혔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스에히로 도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제조업 국내 복귀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현상으로, 일본 제조업 공동화는 앞으로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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