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F-15C가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엄호하기 위해서 23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출격하고 있다. 이날 B-1B 랜서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북한 동해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AP 연합뉴스
무기업체 주식은 공포와 비극이 커질 때 값이 올라가는 대표적인 ‘죄악주’다. 미국 군수업체들이 ‘북한 특수’로 들썩이면서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8일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국방예산을 7000억달러(약 800조원)로 책정하는 안을 89표 대 9표로 가결했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640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앞서 하원이 마련한 국방예산 총액은 상원과 규모가 거의 같으며, 양원은 앞으로 예산안을 일원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강하게 비난한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 군은 곧 사상 최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에서 국방예산 대폭 증가를 주도한 이는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행정부가 애초 제출한 국방예산안이 북한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상·하원이 마련한 수준에서 예산이 확정되면 2018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전년에 견줘 10%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상원 예산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추용 미사일 28기가 구매 항목에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뒤 “탄도미사일방어(BMD) 예산을 수십억달러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한반도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 구입 대수도 상원은 정부안(70대)보다 24대 많은 94대로 늘려 잡았다. 이밖에 미사일 구축함 1척(19억달러)을 구입하고, F-18 전투기도 정부안보다 10대 늘린 24대를 구입하기로 돼 있다. 2030년까지 1조달러 이상 필요한 핵전력 갱신 비용도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군비 증강과 맞물려 북핵을 둘러싼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미국 군수업체들 주가는 치솟고 있다.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대표적 군수업체인 보잉의 주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60%쯤 올랐다. 같은 기간 최대 미사일업체 레이시온은 약 25%,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러먼은 20%가량 주가가 뛰었다. 미국 증시의 대표 지표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상승률(12.4%)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보잉 등의 주가 상승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세일즈에 나선 민항기 판매에 대한 기대도 반영됐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설명이 미국 증시에서 나온다. “군산복합체가 북한 정세 혜택을 누린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27일 전했다.
일본도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방위예산을 늘리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최근 내년도 예산으로 역대 최고인 5조2551억엔(약 53조1758억원)을 요구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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