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도쿄 신주쿠구 가구라자카에 있는 전시장에서 안세홍씨가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ⅱ’ 전시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30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위안부 피해자 사진전 전시장에서 만난 재일 사진가 안세홍(46)씨는 동남아시아까지 가서 위안부 피해자들 사진을 찍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藍다.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ⅱ. 아시아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는 9월30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린다. 안씨는 전시를 위해 지난해 필리핀 13명, 인도네시아 15명, 동티모르 2명 모두 3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새로 만나서 증언을 듣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1996년 잡지사 기자일 때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 거주 한국인 피해자들의 사진을 찍고 이후에는 동남아시아로도 가서 취재를 했다. 지금까지 취재한 피해자는 모두 129명에 이른다.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서 한국과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1050만원, 일본에서 59만엔(약 590만원)이 모였다. 그는 “일본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위안부 피해자가 한국과 중국 외에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0일 도쿄 신주쿠구 가구라자카에 있는 전시장에서 안세홍씨가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ⅱ’ 전시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2012년 위안부 할머니 ‘니콘 사진전’ 취소 사건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일본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아 법정 투쟁을 벌여 이겼다. 니콘이 위안부 사진전을 취소한 조처는 부당하는 판결은 2015년에 최종 확정됐다.
그는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 이전에는 ‘죄송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해결된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럴 때는 합의로 피해자의 고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쪽에도 우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전시장 운영자가) 일본인 맞느냐”, “왜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느냐”며 전시를 방해하는 전화를 계속 걸어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전시에는 증언집과 동영상을 추가했다. 동티모르의 마르티나 마데이라 호아르(87)는 “12살에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나중에 언니도 끌려간 사실을 알았다. 당시 일을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증언했다. 필리핀의 루시아 루리즈(87)도 언니와 함께 일본군에게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94살로 중국에서 세상을 떠난 이수단 할머니가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던 할머니는 말년에 아기 인형을 안고 다녔다.
“피해 할머니들이 이제는 만나도 말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 앞으로 이 작업은 5년 이상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공공장소에 기록으로 보존하고 싶은데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네요.”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