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시구로가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시구로는 영어권에서 유명한 작가다. 1989년 발표한 장편 소설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을 받았고, 1993년 앤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 귀족의 장원에서 집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남자 스티븐스가 새로운 주인의 호의로 엿새간 여행을 떠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스티븐스의 시선을 통해 근대와 현대가 교차되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과 인생의 황혼이 그려지는 작품이다.
이시구로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지만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서 5살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일본 국적을 유지했지만, 모든 작품을 영어로 썼다. 데뷔작인 <창백한 언덕 풍경>과 두번째 작품인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까지는 일본을 무대로 한 작품을 썼다. 그는 자신의 작품은 일본 문학 작품과 유사성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일본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시구로는 과거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이나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일본어로 읽어준 것이 최초의 영문학과의 접촉이었다. 나에게 일본은 외국이지만 감정적으로는 특별한 나라, 또하나의 고향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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