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6년 뒤인 지난 6월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 외벽. 후쿠시마/공동취재단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해 국가한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후쿠시마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피해를 배상하고 국가는 뒤에서 지원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지방재판소는 10일 후쿠시마현과 인근 이바라키현 거주민·피난민 3800명이 원전 사고로 생활 기반이 파괴됐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2900명에게 모두 4억9000만엔(약 4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장 큰 쟁점은 정부도 사고에 책임이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정부가 원전 부지 쓰나미(지진해일) 발생 예상 높이를 계산한 뒤 도쿄전력에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명령할 수 있었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1차적 책임은 도쿄전력이 져야 한다며 배상액 중 절반 정도인 2억5000만엔에 대해서만 국가가 도쿄전력과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3월 마에바시지방재판소 판결 이후 두번째로 국가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지난달 지바지방재판소는 국가가 쓰나미 발생 높이를 예상할 수는 있었지만, 예상했더라도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 밀려들 수 있는 쓰나미 높이를 최대 5.7m로 가정하고 해발 10m 부지에 원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13m가 넘는 쓰나미가 덮쳐 전원이 끊기고 냉각장치가 고장나 방사능이 누출됐다.
도쿄전력은 정부 지침에 따라 배상했지만, 주민들은 도쿄전력이 배상에 소극적이라며 집단소송을 벌여왔다. 31건의 집단소송 중 이번 판결까지 3건에 1심 판결이 나왔다. 국가 책임의 인정 여부는 엇갈렸지만, 모든 판결이 도쿄전력에 대해 기존 배상액 이상의 책임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피난지시구역(원전 반경 20㎞ 내)을 기준으로 배상액에 크게 차이를 뒀는데, 이 때문에 같은 마을에서도 피난지시구역 안과 밖의 주민들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2년 뒤인 2013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지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부는 민주당 정부 때 만든 ‘원전 제로’ 정책을 뒤집고 현재 5기를 재가동시키고 있다. 재가동 심사가 진행 중인 곳도 여럿이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신당 ‘희망의 당’도 원전 제로를 주장하는 등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