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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베제강 품질조작 파문 ‘신뢰 금가는 일본 모노즈쿠리’

등록 2017-10-12 17:04수정 2017-10-12 22:01

알루미늄 강도 등 실제보다 높게 자료 조작
자동차·로켓·열차 등 광범위하게 사용돼
일본 제조업 전체의 신뢰 금가는 사태 우려
‘조직이익 우선 문화가 근본 문제’ 지적도
고베제강의 회장 겸 사장인 가와사키 히로야가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고베제강의 회장 겸 사장인 가와사키 히로야가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제조업 전체의 문제로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12일 일본 경제산업성 제조산업국장 다다 아키히로는 품질 자료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고베제강 회장이 찾아오자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가와사키 히로야 회장은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가와사키 회장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고베제강의 신뢰는 0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3위 철강업체 고베제강의 품질 자료 조작 파문이 일본 제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들은 일본 제조업의 장인 정신을 말하는 ‘모노즈쿠리’에 흠집을 내는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이를 일본 제조업의 명성에 타격을 가한 사건이라며 1면에 보도하고, 지엠(GM)과 포드가 자사 제품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사건은 세계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고베제강과 경제산업성이 이날까지 밝힌 것을 보면, 품질 자료 조작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제조에 쓰이는 철분과 디브이디(DVD) 부품 등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철강과 알루미늄 강도를 실제보다 높게 서류에 적은 것이 대표적 방법이다. 납품처는 도요타자동차 등 200여곳에 이른다. 제이아르(JR)도카이가 운영하는 신칸센 일부 열차에도 품질 자료가 조작된 알루미늄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위성 발사에 쓴 H2로켓에도 고베제강 제품이 쓰였고, 미쓰비시 등이 만든 무기류에도 품질 조작 제품이 쓰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히타치제작소가 만든 영국 고속철도에도 문제가 있는 고베제강 제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베제강의 조작은 10년 이상 계속된 고질적 문제였다.

일본 제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최근 무자격자가 차량을 검사해온 사실이 들통나 116만대 넘는 차량을 리콜했다. 세계적 자동차부품기업 다카타는 지난 6월 결함 에어백 대량 리콜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했다.

품질 조작이 잇따르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고베제강의 경우 지나친 사업 다각화로 경영진이 각 사업부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닛산자동차는 무자격자까지 쓸 만큼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품질 조작이 은폐되는 문화가 근본 배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업 문제 전문가인 고하라 노부오 변호사는 이를 ‘곰팡이형 문제 행위’라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 등 때문에 자료 조작이 벌어지지만, 나중에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런 행위가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일상화된다는 얘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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