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아키하바라역 앞에서 중의원 선거 전 마지막 거리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조기총선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1일 저녁 7시 도쿄 아키하바라역 전기상점가 출구 앞은 일장기로 넘실댔다. 아베 총리 지지자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소형 일장기와 자민당 선거 홍보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아키하바라역 앞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선거운동 마지막 거리 연설이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은 저녁 7시30분께 아베 총리가 아키하바라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미사일이 최근 일본 상공을 2번 통과했다.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굴할 수 없다”며 북한 문제에 연설의 3분의 1가량을 할애했다. 젊은이들에게 특히 유리하게 호소할 수 있는 고용환경 개선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 정권에서는 취직도 쉽지 않았지만, 자민당 정권에서는 취직이 쉬워지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꼭 투표를 해달라”고도 말했다.
일본 자민당 지지자들이 아베 신조 총리 거리 연설이 열린 21일 도쿄 아키하바라역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선거 전 마지막 연설 장소로 아키하바라를 택한 것은 이번이 최소 5번째다. 2013년과 2016년 참의원 선거 그리고 2014년 중의원 선거 마지막 거리 연설 장소가 아키하바라였다. 올해 7월 도쿄도의회 선거 때는 처음이자 마지막 거리 연설을 아키하바라에서 했다. ‘모리토모학원·가케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7월 도쿄도의회 선거 때는 아키하바라 연설 도중 청중 일부에게 “아베 그만둬” 같은 야유를 들은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도 일부에서 “아베 그만둬” “아베 돌아가” 같은 야유를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숫자는 많지 않았다. 야유를 우려한 듯 일부 지지자들이 연설 장소 가운데를 “연설 방해는 민주주의 적” 같은 팻말을 들고 원을 돌아, 야유를 막았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들은 “아베 신조”를 연호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아키하바라를 유독 선호하는 이유는 아키하바라가 젊은이의 거리이고, 젊은층의 아베 정부 지지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요도바시 카메라’, ‘소프맙’ 같은 대형 전자제품 쇼핑몰과 각종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상점이 밀집한 아키하바라는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다. 이날 아키하바라에도 젊은이들이 일장기를 들고 아베 총리를 응원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손을 잡고 나온 경우도 있었다.
21일 오후 도쿄 아키하바라의 모습. 전자제품과 애니메이션 상점이 밀집한 아키하바라는 도쿄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리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일본에서는 젊은층들이 장년층보다 보수화 경향이 강하다.<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3일 실시한 내각 지지율 조사에서 20대 이하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대 초반이었다. 반면, 70살 이상과 40대는 40%대 그리고 다른 세대는 30%대에 머물렀다.
젊은층의 보수화 경향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그 중 유력한 해석 중 하나는 고용 환경 개선이다. 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일본 유효구인배율은 8월 기준으로 1.52배다. 일본 기업들이 찾는 노동자 숫자가 직장을 구하려는 인원보다 50% 이상 많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이 유명 대기업에 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고용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현상 유지 욕구가 강해지는 동인이 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용환경이 악화되면 젊은이들의 내각 지지율이 순식간에 내려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이날 아키하라바역 앞에서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노다 세이코 총무상,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등 정부 주요 각료들이 나와 릴레이 거리 연설을 했다. 아베 정부 주요 얼굴들이 모여서, 아키하바라에서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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