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외교통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는 과정에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라고 불리는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지방에서 모두 8차례 비밀 협상을 했다고 박병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이 26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일본 도쿄 주일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자 수십명을 인터해서 밝혀낸 것이라며, 협상이 철저히 밀실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앞서 12일 국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질의를 한 적이 있으며, 주일대사관 국정감사에서는 더욱 세부적인 사항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재직 중이던 2015년 1월 야치 국장과 처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해,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회담을 계속해 총 8차례 야치 국장과 비밀 회담을 했다고 공개했다. 박 의원은 마지막 비밀 회담인 2015년 12월 22~23일 열린 8차 협상에서 이 전 실장과 야치 국장이 메모랜덤(합의문)에 서명했으나,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이 같은달 28일 발표한 공동기자회견문에는 서명이 빠졌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일본은 서명을 요구했지만 한국이 거부했다며 “역사의 심판이 두려웠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일본이 위안부 합의 협상 과정에서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넣을 것,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군 성노예라며고 표현하지 말 것, 소녀상을 철거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 ‘적절히 해결하겠다’고 절반쯤 일본 주장을 들어준 것 외에는 일본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일본이 협상 마지막까지 출연금으로 5억엔을 고수했고, 한국은 10억엔 이상 금액을 고집했다가 결국 10억엔으로 정해졌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국은 일본 주장을 거의 받아들였지만) 일본은 한국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인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병기-야치 회담 때 청와대 행정관 자격으로 참여했고 현재는 주일대사관 공사로 근무하고 있는 ㄱ씨를 증인으로 세워 질의했다. 박 의원은 “8차레 회담 때 한국과 일본이 통역을 포함해 각각 4명씩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합의 세부 과정을 물었으나, ㄱ씨는 “외교부 본부 위안부 관련 태스크포스에서 조사를 받았으니 조사 결과를 보시는 게 좋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른 주일총영사에게 이병기-야치 회담을 위해 비행기표 예약과 호텔 숙박 등 행정적 지원을 한 사실을 물었고, 해당 영사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이 영사는 합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위안부 합의는 이병기·야치 밀실회담을 통해 모든 게 결론이 나고 외교부는 그 뒷바라지만 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수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으로 가서는 안된다. 실무자들이 과거 한 일을 하나하나 들춰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해, 여당 의원과는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진실은 규명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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