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자마시에서 경찰이 남녀 9명 주검이 발견된 아파트를 수색하고 있다.자마/EPA 연합뉴스
일본 수도권 아파트에서 아이스박스 등에 주검 9구가 훼손된 채로 발견돼,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의자인 20대 남성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접근했으며, 경찰에 붙잡힌 날도 희생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일본 경찰은 31일 가나가와현 자마시에 있는 원룸 아파트를 30일 수색해, 아이스박스 등에 훼손된 남녀 주검 9구가 보관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8월 중순 이 아파트에 이사를 온 27살 남성은 자신이 두 달이 채 안되는 기간에 9명을 살해했다고 인정했으며, 범행 목적은 “돈과 성폭행”이라고 진술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남성은 8월 말 원래 알고 지내던 여성을 아파트로 유인해 살해했으며, 이후 여성을 찾으러 온 남자친구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에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살하고 싶다”고 호소한 여성들에게 주로 메시지를 따로 보내 유인해 살해했다. 남성은 “살해한 여성 중 10대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희대의 살인 행각이 꼬리를 잡힌 계기는 희생자 중 1명의 오빠의 노력 때문이다. 도쿄에 사는 23살 여성이 지난 24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자 오빠가 여동생이 트위터에 적은 글을 바탕으로 추적에 나섰다. 23살 여성은 트위터에 “같이 죽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빠는 트위터 등에 여동생을 찾고 있다며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한 여성이 “마음에 짚이는 이가 있다”고 연락해 왔다. 오빠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정보를 제공한 여성에게 용의자를 유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를 제공한 여성은 경찰에 협조했고, 용의자는 30일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가 덜미를 잡혔다.
일본에서는 예전에도 이른바 ‘자살 사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05년 남성이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남녀 3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다음해인 2006년에도 27살 남성이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27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자살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서, 최근에는 자살 사이트를 이용한 범죄는 줄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의자가 자살 사이트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용의자는 희생자들의 자살을 방조한 게 아니라, 갑자기 달려들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범인이 트위터에서 특정 단어나 표현을 검색할 수 있는 ‘해시태그’ 기능을 악용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용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성장했다. 용의자 부모의 이웃들은 “아버지의 일을 잘 돕는 착한 아이였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용의자는 최근 아버지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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