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 페이스북 갈무리
아시아 순방 첫 국가로 일본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함께 중국 견제용 외교 전략을 발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오는 6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일 공동 외교 전략으로 표명하는 안에 대해 최종 조율중이라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이 전략은 미-일 동맹을 중심에 두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 및 오스트레일리아와 연계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 처음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태평양부터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장소”로 규정하고, 규칙에 의거한 사회기반시설 정비와 무역·투자, 해양 안전 보장 협력을 진행하는 전략이다.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벌이고 있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대한 미-일의 견제가 엿보인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4개국 정상급의 전략 대화 등 연계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기초로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중국의 부상 뒤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중동에서 인도양을 거쳐 일본으로 석유를 운송하는 ‘시(Sea) 레인’(일본 해상 교통로)은 아베 정부 방위 전략의 기본 축이다.
일본은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아와 상호군수협정 내용을 개정해 탄약 제공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도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2014년 교토까지 직접 가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접대했으며, 이후 양국 정상이 해마다 번갈아 상호 방문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군, 인도군과 일본 자위대는 인도양에서 연합훈련인 ‘말리바르’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일 동맹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인식이 많다. 대표적 미국 정치 전문가인 나카야마 도시히로 게이오대 교수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중국 중심 질서를 거부한다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남는 것은 미-일 동맹이다. 일본에 플랜 비(B)는 없다. 이런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돼있다”고 했다.
일본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와 부인 멜라니아 경호를 위해서 만든 여성경계부대. 누리집 갈무리
5~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일본 경찰은 1만명 이상을 동원해 검문검색에 나서고 일부 도로 이용까지 제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부인 멜라니아 경호를 위해 여성 경찰 기동대원 수십명으로 구성된 ‘여성경계부대’도 창설했다. 소형 무인기를 포획하기 위해 대형 무인기들로 구성한 ‘무인항공기 대처 부대’도 배치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첫날인 5일 도쿄의 철판구이집에서 저녁을 함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크를 좋아한다는 정보에 따라 쇠고기 철판구이가 유명한 집을 골랐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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