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가 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2일 오후 5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며 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가 나리타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주요 방송사들은 이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방카가 취재진에게 “헬로”, “생큐”라고 말했다며 일거수일투족을 전달했다. 이방카가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다는 설명에 키가 몇 센티미터라는 사실도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3일 도쿄 국제여성회의에서 이방카가 주도하는 개발도상국 여성 기업가 지원 기금에 일본이 5000만달러(약 557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3일 저녁에는 도쿄의 고급 ‘료칸’(여관) 리조트에 딸린 프랑스 식당에서 이방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이방카가 유대인(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결혼해 유대교로 개종한 점을 고려해서, 유대교가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뺀 요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일 “이방카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추어올렸다. 4일 돌아가는 이방카의 경호를 위해 여성 경찰 기동대원 수십명으로 구성된 ‘여성경계부대’도 처음 편성했는데, 이는 다른 여성 정상들 방일 때도 없던 조처다.
열광과 환대는 일본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여성의 사회 활동에 제약이 많은 일본에서 이방카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성공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 이상적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은 144개국 중 114위(한국은 118위)로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다른 이유는 이방카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밀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당선자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뉴욕 트럼프타워까지 찾아가서 만난 것이 이후 친밀한 관계의 시발점이 됐는데,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었던 접점을 이방카 쪽에서 찾았다고 전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서도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미국의 셰일가스(모래와 진흙이 쌓여 굳은 셰일층에서 나는 천연가스)의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내용의 에너지 분야 협력 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라고 3일 전했다. 미국이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도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를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게, 일본이 개발도상국의 가스 저장시설이나 발전소 건설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또 최근 발동한 미국산 냉동 쇠고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대해서도, 사전에 수입량을 자주 파악해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지 않도록 하는 양보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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