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빠진 일본 주도 TPP 큰틀 합의됐지만…

미국 뺀 채 “근본적인 부분 합의” 선언
중국 견제 노림수 토대 만들었으나
캐나다 총리 “서명 안할 수 있어”
실제로 이탈하면 의미 반감 불가피

베트남 쩐 뚜언 아인 산업무역부 장관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모테기 도시미츠 일본 경제산업상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큰 틀 합의를 밝히는 기자회견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다낭/AP 연합뉴스

일본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을 뺀 채로 큰 틀에서 합의됐다. 하지만 참가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캐나다가 서명 거부 의사까지 내비쳐, 일본이 원했던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일본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적극적이었던 베트남 쩐 뚜언 아인 산업무역부 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몇몇 부분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한, 협정 이름을 ‘포괄적이고 선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로 바꾼다고 밝혔다.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트, 베트남 11개국은 장래에 미국이 복귀한다는 전제 아래 우선 미국을 빼고 합의를 했다. 치즈, 돼지고기, 승용차 관세 등을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데 합의했고, 지적재산권 관련 내용이 다수인 20개 항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이탈을 선언한 미국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적용을 보류하기로 했다. 문화 분야에 대한 우대 조처, 노동자 권리 강화 등 4개 항목에 대해서는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협정은 전 참가국 서명 뒤 6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발효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를 구축하는 토대라는 점에서 일반적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 정책의 경제적 축이었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복귀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큰 틀 합의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서 캐나다가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지 않아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캐나다 신문 <글로브앤드메일>이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국민을 위한 최상의 거래라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서명 거부 의사까지 내비치는 이유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협정 재교섭 중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먼저 서명하면, 미국과의 교섭에서 불리해 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미국이 참가했을 때는 회원국 지디피(GDP)를 합치면 전세계의 38%나 되는 거대 협정이었으나., 미국이 빠지면서 약 13%로 줄었다. 일본 다음 경제규모인 캐나다까지 이탈하면 일본의 계획대로 협정이 2019년 발효돼도, 의미는 상당히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