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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열도, 내진설계 조작에 ‘흔들’

등록 2005-11-23 18:09수정 2005-11-23 18:09

일 수도권 아파트 공급 추이
일 수도권 아파트 공급 추이
설계사무소서 비용 줄이려 구조계산 위조 최소 16곳 기준치 못미쳐 지진때 붕괴위험 아파트·호텔등 불안속 건물해체·영업중단
‘지진 왕국’ 일본이 건물의 내진설계 조작 파문으로 요동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맨션)와 호텔 등 20여곳의 설계를 맡은 한 설계사무소가 내진 강도를 엉터리로 계산해 강진 발생 때 건물의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입주자와 주변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불안으로 초긴장 상태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만약 건물이 무너지면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일 수도권 아파트 공급 추이
일 수도권 아파트 공급 추이

일본 사회는 건물 안전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지진 대책에 구멍이 뚫린 데 따른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태= 지난 17일 지바현 이치가와시 아네하 건축설계사무소가 아파트와 호텔 등 22곳의 내진강도를 담은 구조계산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교통성이 긴급히 이들 건물의 내진강도를 다시 계산한 결과, 적어도 16개 건물이 진도 5를 넘는 지진 발생 때 무너질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진도 5를 넘는 지진은 일본에서 매우 흔하다. 건축기준법에는 중간 규모인 진도 6의 지진에도 건물이 부서지지 않는 것이 내진기준으로 규정돼 있다.

이들 가운데 이미 완공된 12동은 내진강도가 기준치의 26~44%에 지나지 않았다. 내진강도가 기준치의 90% 이하면 구조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내진강도가 기준치의 70~80%라면 그나마 빈 공간을 이용해 보강 공사를 해볼 수도 있지만, 그 아래면 부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의 시노켄과 도쿄의 휴자 등 2개 건설회사는 입주까지 마친 아파트 10개 동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건축 중인 한 아파트도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호텔 2곳은 투숙객들을 모두 내보내고 영업을 중단했다. 이 사무소가 설계에 관여한 다른 호텔 3곳도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작 수법은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계사무소는 건물에 주어지는 외력의 수치를 실제의 절반 정도로 낮춰 내진강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기둥, 대들보 등이 지진·태풍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철근 또한 필요량보다 훨씬 적게 들어갔다. 그럼에도 민간 검사기관인 이홈즈는 기본적인 서류 검사조차 게을리했다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뒤늦게 이 사실을 적발했다.


빙산의 일각= 문제의 설계사는 내진설계 조작을 시인한 뒤 “비용 절감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건설업체 쪽은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비용을 낮추도록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업체들의 치열한 저가 경쟁과 공급 과잉으로 일본에서도 안전·품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빨리 싸게’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도권에선 7년 연속 연간 8만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돼 거품경제 때의 2배를 넘는다. 반면 수주 단가는 당시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사업의 대폭 삭감으로 업체들의 주택 건설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 거품 우려도 크다.

여기에 1999년 건축검사 업무의 민간 개방으로 검사가 소홀해진 점도 작용했다. 민간 검사기관들의 건설사 눈치보기나 검사기관에 대한 주택·건설회사의 출자 등으로 엄격한 검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내진설계에 대한 본격 조사가 실시되면 기준미달로 부숴야 할 건물들이 속출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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