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31일 일본 도쿄 신주쿠 한류거리에서 우익단체 회원들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한국인 매춘부’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인이나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포함하는 ‘헤이트스피치’에 대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지만, “표현의 자유”라거나 “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가 전국 18살 이상 남녀 3000명(응답률 58.6%)을 대상으로 민족차별적인 발언을 반복하는 헤이트스피치 데모, 거리 집회 등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질문을 해보니 57.4%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모른다”고 답한 이는 42.6%였다. 이 조사는 내각부가 정기적으로 해온 ‘인권옹호에 관한 여론조사’의 일부로 실시되었으며, 헤이트스피치가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이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복수 응답 가능), “일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다”는 평가가 47.4%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불쾌하며 용서할 수 없다”가 45.5%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범위 안이다”라는 응답도 17%를 차지했으며, “나와는 관계없다”가 12.1%, “헤이트 스피치를 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는 답변도 10.6%로 헤이트스피치를 용인하는 의견도 결코 적지 않았다.
법무성 인권옹호추진실은 “악질적 언동을 없애기 위한 계도 활동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헤이트 스피치는 한국인에 대한 멸시 발언 발언 뿐 아니라 “조선인을 죽여라”는 등의 극단적인 위협도 들어있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오사카 쓰루하시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도쿄 신오쿠보 등에서 많이 벌어졌다. 헤이트스피치가 기승을 부리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제정했으나, 처벌 조항이 없는 이념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최근 가와사키시는 헤이트 스피치 집회를 공공장소에서 벌일 것으로 보일 경우 허가하지 않을 수 있는 지침을 만들었다. 이는 헤이트스피치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본 최초의 조처이나, 아직 헤이트스피치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규는 부족하다. 최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서도 여러 유엔 회원국이 일본에 헤이트스피치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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