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섬 하시마의 모습. 군함을 닮은 모습 때문에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나가사키/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군함도’ 조선인 강제 노동에 대한 설명 자료를 현지에서 1200㎞ 떨어진 수도 도쿄에 설치한다는 계획서를 유네스코에 냈다. 일본 정부는 계획서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해 “전시 징용 정책 차원에서 설명하겠다”고 해, 군함도 강제노동의 의미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해서 도쿄에 종합정보센터를 만들고, 이곳에서 전시 중 징용정책을 포함한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는 계획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014년 규슈와 야마구치현을 중심으로 중화학 산업시설 23곳을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이중 7곳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로, 태평양전쟁 시기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석탄 채굴에 동원됐다가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100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한국 정부가 당시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를 들어 등재 신청을 비판하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 노동 사실도 설명하겠다며 한국 정부를 설득했고, 2015년 등재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하시마에 찾아온 관광객들의 모습. 강제 징용된 조선인에게는 지옥섬으로도 악명이 높았던 하시마는 현재 관광지화되어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2019년에 도쿄에서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 정보센터를 만들고, 한반도 출신 노동자 일부가 하시마 등에서 일한 것을 포함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노동자 임금 기록 등 1차 사료와 전 섬 주민 증언 등의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며 “사료 내용 등에 따라서는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하시마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동 등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시 징용 정책을 위주로 설명하면 강제 노동의 의미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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