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부 저장성 이우시에서 출발해 18일 동안 1만2451km를 달려온 화물열차가 올해 1월 영국 런던 동부에 도착한 모습. 이 화물열차는 컨테이너 34개에 의류, 양말, 천, 여행가방, 생활용품 등을 실었다. 이 노선 개통은 중국이 올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런던/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에 대한 협력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대일로 사업 협력을 통해 중-일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일대일로 민간 협력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이 내용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 주요 경제 단체에 설명할 예정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제3국에서 일본과 중국이 비즈니스를 전개해가는 것이 양국뿐 아니라 (비즈니스 무대가 되는 제3국인) 대상국 발전에도 유익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경제계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투자를 하면 좋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원할 만한 안건과 분야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총리 관저와 외무성, 재무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말 함께 만든 가이드라인은 “일-중 민간 기업 협력을 지원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협력 지원 분야로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산업 고도화, 아시아~유럽 횡단 물류 활용 세 가지를 들었다. 태양광·풍력발전, 고효율 가스·석탄 화력 발전 개발과 운영 등이 사업 분야로 꼽혔다. 타이 동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경제특구인 ‘동부경제회랑’(ECC)과 관련해 일본과 중국이 공업단지 공동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촉진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다만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항만 개발 등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뿌리 깊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경제적으로 심화된 만큼 무조건 대립해서는 안 되며, 일대일로 사업도 일본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냉각된 양국 관계를 풀자며 적극 나서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제안하고, 아베 총리는 중국대사관이 9월에 도쿄에서 개최한 국교 정상화 45돌 행사에 현직 총리로는 15년 만에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에는 자신이 방중하고 시 주석의 방일도 성사시키고 싶다고 밝혀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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