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거리 900㎞가 넘는 순항미사일 도입 방침을 공식 발표하자 ‘전수방위’ 원칙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8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소요될 22억엔을 내년 예산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이 도입할 예정인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500㎞로 노르웨이 업체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조인트 스트라이크 미사일(JSM)과 록히트마틴이 제조한 사거리 900㎞가량의 재즘-ER,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이다. 항공자위대가 동해 공해상에서 F-35를 이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 내륙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일본이 전후 기본 방침으로 천명해온 ‘전수방위’(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범위는 최소한으로 함)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적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침공하는 적의 수상부대와 상륙부대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적기지 공격 능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격용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무기를 도입하면서 공격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적기지 공격용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갑자기 납득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익명의 방위성 간부 말을 인용해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시야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적기지 공격을 위한 위성 탐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미군 협조를 얻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이 신문은 순항미사일 도입 방침이 “전수방위 원칙에 적합한지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능력을 보유하는 형태로 발을 내미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육상배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를 빨리 도입하기 위해서 올해 보정 예산과 내년 예산에 37억엔을 배정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야마구치현과 아키타현에 1기씩 배치할 예정으로, 일본 정부는 오는 19일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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