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국제 시민단체 연합체인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 베아트리스 핀(오른쪽) 사무총장과 세쓰코 설로(가운데)가 상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오슬로/AP 연합뉴스
“우리 피폭자들은 핵무기 금지를 72년 동안 기다려왔다. 핵무기의 종말을 시작하자.”
피폭자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 시상식 무대에 선 세쓰코 설로(85)는 이렇게 호소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지난 7월 유엔에서 122개국이 찬성표를 던진 핵무기금지조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 국제 시민단체 연합체인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이 받았다.
이 단체와 함께 활동해온 설로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살 때 일본군에 동원돼 암호 해독 조수를 하다 피폭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는 “4살배기 조카는 몸이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며 “(핵무기는)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장 국가와 이른바 핵우산 아래 있는 나라들에 말하고 싶다. 당신들 모두는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폭력 체계의 내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핵무기금지조약에는 미국을 포함한 핵무장국가들,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일본과 한국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설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교섭에 임해달라. 외교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 사무총장 베아트리스 핀은 10일 시상식에서 “한순간의 공포와 부주의, 잘못된 행동이 도시 전체를 파괴하고 수백만명을 숨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비시>(BBC)는 이 발언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짚었다.
같은 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도 원자폭탄을 언급했다. 1954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시상식 뒤 만찬회에서 “5살 때 어머니에게 노벨상이라는 단어를 처음들었다. 평화를 넓히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해주셨다”며 “원폭이 떨어져 (나가사키가) 괴멸적 파괴를 당한 지 14년 뒤의 일이었다. 어렸지만 평화가 무언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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